[NEXT KOREA]은행들 “승부는 덩치가 결정한다”

  • 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카드 증권 보험 등 非은행부문 키우고 공격적 M&A

기업은행, 중국 현지법인 설립 등 금융계 해외 공략

한국의 은행들은 겸업화와 대형화, 그리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국내 주요 은행들은 은행 중심의 사업에서 증권, 보험, 신용카드사 등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전통적 예금 위주의 은행 영업에서 탈피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위해 여러 금융지주회사가 국내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영업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해외 진출을 확대하려는 곳도 점점 늘고 있다.

○ 겸업화, 대형화는 선택 아닌 필수

국내 은행들은 우선 대형화, 겸업화라는 세계 금융의 큰 흐름에 맞춰 덩치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 어느 정도 자산 규모가 갖춰져야 폭넓은 인력조직과 영업망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해 일찌감치 자산규모를 300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카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당기순이익 기여도가 49%나 될 정도로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굵직한 M&A를 연이어 성공시킨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공격적인 M&A보다 조직통합에 신경 쓰고 있지만 어느 정도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외 M&A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금융지주회사로 변신한 KB금융지주는 덩치 키우기에 다른 어떤 은행보다 적극적이다.

KB금융지주 황영기 회장은 취임하면서 “외환은행은 물론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대등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등합병을 통해 자산 규모를 현재 299조 원에서 600조 원 대로 늘려야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우선 매물로 나와 있는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비은행 부문의 M&A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지주도 기회가 오면 적극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외환은행 인수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6월 말 현재 자산규모가 161조 원대인 하나금융지주는 대형 M&A를 통해 자산규모를 200조∼300조 원대로 늘릴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7월 말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모든 M&A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해외로 뻗어나가는 국내 은행들

은행들은 다른 나라에서 현지 금융기관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현지에 법인이나 지점을 여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7월 말 기준으로 12개 국가에 현지법인 5곳, 지점 12곳을 두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 중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에 지점을 연이어 개설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브라질 상파울루에도 현지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중국시장 진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 2003년 중국 현지 은행인 칭다오(靑島)국제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7월엔 3192억 원을 투자해 중국 지린(吉林)은행 지분 19.67%를 확보했다. 하나은행은 한국계 은행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이 어려운 만큼 ‘동북 3성’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5255억 원을 들여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23%를 5255억 원에 인수했다. 국민은행은 향후 이 은행 지분을 50.1%까지 확보해 경영권을 획득한 뒤 BCC를 활용해 중앙아시아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끝에 8월 인도 뉴델리에 사무소를 열었다. 내년 인도 금융시장 개방에 맞춰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은 물론 한국과 교역하는 인도 기업에 대해서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의 해외 영업망은 22개국 44개소로 늘어났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 부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11월엔 중국 톈진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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