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업, 채권, 헤지펀드 운용… 투자 대상도 다양
60여 개 증권사가 무한경쟁을 벌이는 증권업계의 ‘춘추전국 시대’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증시가 침체 국면에 빠진 가운데 과거 증권사들의 주수익원이었던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는 치열한 경쟁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하루빨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 수익원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증권사들과 해외에서 경쟁하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의도도 있다.
현대증권 측은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에 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늘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서
과거 증권사들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전통적 금융 선진국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등 유라시아 대륙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우선 최근 수년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중국, 베트남에 앞 다퉈 진출했다.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등 많은 국내 증권사가 중국 상하이, 베트남 호찌민 등에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를 세워 현지 증권사와 업무제휴를 하고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고 있다.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처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올해 초 벨로루시의 국영은행인 벨로루시뱅크와 제휴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투자회사 공동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측은 “벨로루시는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라며 “이번 제휴로 자원대국인 러시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카자흐스탄을 해외진출 전진기지 가운데 하나로 정했다.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파악한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현대증권이 몽골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브라질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 오피스텔 매입부터 이슬람 채권까지, 다양해진 투자대상
과거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방식은 해외 투자자의 자금을 주식위탁거래로 유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증권사가 자원개발 부동산투자 헤지펀드 운용 등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관심을 갖는 사업은 해외 부동산 사업이다.
대우증권은 올해 필리핀 수빅 리조트 복합단지 개발사업에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부동산 PF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대증권은 중국 상하이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기 위한 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설정하고 2006년부터 해외 부동산 PF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상품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연 10∼15% 수익률을 목표로 주식 채권 실물자산 선물 등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말레이시아 증권사와 제휴해 이슬람채권인 ‘수쿠크’ 투자에 나섰다. 수쿠크는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이자 대신 ‘배당금’을 지급하는 이슬람 채권. 수쿠크는 최근 고유가로 자금이 풍부해진 이슬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국 금융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자금조달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강화해 더 깊이 있는 정보를 투자에 활용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7월에 리서치센터를 개편했다. 서울 홍콩 런던 뭄바이 뉴욕 등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려는 의도다.
삼성증권 역시 홍콩 리서치센터를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증권 김범구 해외사업추진파트장은 “홍콩 리서치센터를 강화하면 한국, 홍콩, 중국 3개 시장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며 “글로벌 증권사들처럼 고객들에게 좀 더 깊은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