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파는 음식점이나 포장마차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아주머니’ 또는 ‘언니’로 부르던 음식점 여성 종업원들을 요즘은 ‘이모’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단순히 서비스만 하는 것 같은 이들 이모가 주류회사 매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손님이 특정 브랜드를 거론하지 않고 그냥 ‘소주 한 병’을 찾을 때 어떤 브랜드를 가져다줄 것인지는 전적으로 ‘이모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주 업계도 단골에게 “새로 나온 ○○술 괜찮던데…”라고 넌지시 권하는 이모들의 말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음식점에 따라 이모들의 권유가 매출의 20% 정도를 좌우할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류회사들은 이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열심입니다. 주로 영업사원들이 개별적으로 발로 뛰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영업시간 후 회식을 하거나 함께 노래방에 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랍니다.
독특한 활동도 있습니다. 배상면주가는 올해 추석에 음식점 종업원들에게 국제전화카드를 나눠 줬습니다. 요즘 이모들 중에는 중국에 가족을 두고 온 교포를 겨냥한 아이디어입니다.
진로의 영업사원 가운데는 한 달에 한 차례 이모들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작은 선물을 주는 직원도 있다고 하네요. 점심과 저녁 근무시간 사이, 약간 한가한 시간을 ‘이모 타임’이라고 부르며 간식을 지원하기도 한답니다.
㈜두산 주류BG는 24시간 영업하는 업소가 늘어나는 데 착안해서 영업사원들이 새벽에 방문해 음료를 건네주거나 어깨를 주물러 주는 ‘서비스’도 한다고 합니다.
흔히 주류회사의 마케팅이라고 하면 여자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미녀 마케팅’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처럼 현장에서는 치열한 ‘이모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류업계에서는 와인을 추천하는 소믈리에에 빗대 소주를 추천하는 종업원을 ‘이모리에’라고 부를 정도라니 둘 중 어느 쪽이 더 영향력이 있을지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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