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파키스탄 헝가리 외채 눈덩이-외환 곳간 바닥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 부도위기 몰린 국가들

1인 GDP 4위 아이슬란드 하루 만에 주가 77% 폭락

차입통해 금융성장 헝가리도 외채가 GDP보다 많아

정치불안 파키스탄은 외자 줄고 수입급증 ‘숨통’ 조여

아이슬란드 헝가리 파키스탄이 줄줄이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했고,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이 앞 다퉈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고 있다.

최근 헝가리의 포린트화(貨) 가치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우크라이나의 그리브나화 가치도 폭락했다. 아이슬란드 증시에서 주가는 14일 하루 만에 77%가 빠지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비롯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등이 외채가 많아 외환위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은 주가와 통화 가치가 최근 급락했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거나 금융위기 우려가 높게 나타난 나라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외화를 차입한 데다 상대적으로 외환보유액이 적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막대한 외화 차입과 부실한 외환보유액이 국가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 과도한 대외 차입이 부메랑으로

최근 수년간 헝가리는 은행의 대외 차입을 통해 성장해 왔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헝가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은 104%로 부채가 GDP 규모를 넘어섰다. 라트비아(134%) 에스토니아(110%) 불가리아(100%)도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이 100% 이상이다. 파키스탄 역시 대외채무가 2004년 350억 달러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445억 달러로 불어났다.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인구 30여만 명의 초미니 국가. 어업과 알루미늄 제련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껴 금융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정부가 나서 공격적으로 금융 규제를 풀었고, 은행들은 해외에서 돈을 빌려 국내 기업과 국민에게 대출해 줬다.

아이슬란드의 은행들은 해외에서도 대출을 받아 다시 해외에 투자하는 등 차입을 통해 덩치를 불렸다. 금융을 기반으로 경제도 성장을 거듭해 2007년 1인당 GDP가 6만4547달러로 세계 4위에 올랐다. 성장과 함께 부채도 커졌다. 국제금융센터와 아이슬란드중앙은행 등에 따르면 2004년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은 134.6%에서 지난해 564.7%로 급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이 39.4%다. 외환보유액 대비 1년 내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 비율도 올해 6월 말 현재 68.1%로 일본(130%) 홍콩(325%) 독일(1539%)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 바닥 난 외환보유액

파키스탄은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돼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었다. 정치 불안으로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 됐다. 파키스탄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160억 달러에서 올해 9월 말 80억 달러로 급감했다.

아이슬란드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007년 기준으로 1563%나 됐다. 라트비아(344%) 에스토니아(330%) 리투아니아(135%) 불가리아(101%)도 외환보유액이 단기에 갚아야 할 돈보다 적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외국인 투자가들은 부채가 높고 외환보유액이 적은 대표적인 국가인 아이슬란드에서부터 자금을 회수하고 대출을 중단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부장은 “아시아와 달리 유럽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아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고, 아이슬란드 정부도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올해 9월 말 현재 2397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올해 100억 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더라도 GDP 대비 1%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균형 수준’으로 평가하는 전문가가 많다.

○ 제조업 기반 빈약, 특정 산업 치중

한국은 조선,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 구조를 갖췄다. 최근 위기를 맞는 나라 대부분은 이와 달리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았거나 특정 분야의 산업에 치중해 경제가 발전해 왔다.

아이슬란드는 제조업 기반이 없어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기 힘든 구조다. 금융에만 의존해 성장하다 금융위기로 은행이 무너지자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파키스탄은 주력 산업인 섬유업종의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이익이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 박동완 부부장은 “파키스탄은 전체 수출에서 섬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이르지만 중국 등이 섬유시장을 잠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최근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오며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원유, 농산물, 광물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아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을 받기 쉽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위원은 “중공업 등 제조업과 금융 등 서비스업이 균형을 이뤄야 한쪽이 어려울 때 다른 한쪽이 떠받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며 장기적으로 한 나라가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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