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수상하니… ‘강남불패 신화’도 깨진다

  • 입력 2008년 10월 16일 21시 52분


'0.92대1'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다.

지난 주말 삼성건설 측은 샘플하우스에 1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청약한 사람은 380명뿐이었다. 근래 보기 드문 강남권 대단지여서 구경만 했을 뿐 아파트를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주택 전문가들은 "이번 청약결과가 강남 아파트를 보는 일반인의 시각을 반증하는 만큼 강남 집값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권 실수요층의 외면

1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는 분양물량 411채에 380명만이 청약해 102채가 미달로 남았다. 2000년 이후 래미안 브랜드로 강남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1순위에서 미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1순위 청약에서는 미달이 났지만 3순위까지 청약접수를 받게 되면 무난히 마감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삼성건설은 이 아파트를 강남권의 랜드마크급 주거단지를 만들겠다며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등에 온갖 공을 들였다. 분양가도 경쟁 단지인 GS건설의 반포자이 아파트보다 3.3㎡(1평)당 20여만 원 싸게 책정했다.

그런데도 1순위 청약 성적은 6월에 평균 2대1의 결과로 마감한 GS건설의 '반포자이'에도 못 미쳤다.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반포자이가 초기에 40%가까이 계약이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래미안퍼스티지의 초기 계약률은 30~5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 보유하려는 소비자들

이 아파트의 1순위 청약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주변 시세에 비해 높은 분양가와 내년 7월까지 잔금을 내야하는 후(後)분양제로 분양됐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시세가 향후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실수요층이 지갑을 열지 않은 것.

앞서 분양한 반포자이의 조합원 분양물량 중에는 이미 분양가 보다 낮은 물건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강남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래미안퍼스티지 역시 112㎡(34평형) 조합원 물량이 분양가보다 1억 원 전후로 싼 10억 원대에 나오고 있어 분양받는 게 의미가 없다고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닥스플랜의 봉준호 대표는 "좀 비싸더라도 입주시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을 때 청약하게 되는 것"이라며 "실수요자들도 지금은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학습 효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주변집값보다 상당폭 싸지 않는 이상 매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남 불패' 신화 깨질까

이미 '강남 불패'의 부동산 신화가 깨졌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실제 강남권에서도 1급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미도1차 188㎡(57평형)는 연초보다 4억 원 이상 빠져 21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65㎡(50평형)는 올 초 25억2000만 원에 가격이 형성됐지만 지금은 22억 원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강남권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도 "현재 강남의 집값 하락은 잠실과 반포의 대규모 입주물량 증가의 영향도 있다"며 "향후 공급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강남권은 다른 변수가 없다면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 시점에 대해서는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바닥을 칠 때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자금여력이 있다면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가 매수 타이밍"이라며 시각차를 보였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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