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인들이 티켓을 사서 극장에 가는 대신 라디오를 듣는 등 문화생활 패턴이 바뀌었던 현상이 지금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티켓을 사서 극장에 가기보다는 갈수록 비용이 적게 드는 DVD 대여나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을 통해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이다.
메릴랜드대 영화경제학과의 더글러스 고머리 교수는 “영화계가 조만간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사람들은 힘들게 번 돈을 밖에 나가서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극장가는 올해 들어 수익이 1% 줄었고 관객 수도 4% 떨어졌다. 미국의 3대 독립영화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픽처하우스, 뉴라인, 워너인디펜던트는 올해 자금난으로 직원의 90%가량을 감축했다.
영화 흥행 집계업체인 ‘모션픽처스 인텔리젠서’의 크리스 래니어 회장은 “영화 티켓 가격이 인상됐지만 관객 수가 감소해 수익이 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극장에선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 편수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미국에서 개봉된 메이저 영화 편수도 예년에 비해 적은 7편에 불과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경기침체가 영화산업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불황을 잊어버리려는 현실 도피적 욕구로 극장가가 오히려 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
미국에선 1965년 이후 발생한 7차례의 경기침체 가운데 5번은 극장의 수익이 평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2001년 침체 당시엔 예년보다 6억5000만 달러나 증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론에 대해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은 “금융위기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연예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영화 제작비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저예산 영화인) 코미디 장르 영화의 제작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