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도시를 떠나 전원을 만끽한다.’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바(bar)는 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생활이다. 출근 전에 마시는 카푸치노 한 잔에서부터 저녁 식사 후 에스프레소 커피까지 하루에도 4, 5차례 들러야만 하는 곳으로,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동네마다 있는 이들 바는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닌 지역 구성원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사랑방’으로 이탈리아인의 삶의 일부인 셈이다.》
‘바 문화’와 함께 이탈리아인들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화단(花壇) 문화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과거와 같은 큰 규모의 정원을 가꾸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집집마다 발코니 등에 조그마한 화단을 꾸며 놓고 많은 정성을 쏟는다.
이런 이탈리아인들의 특성을 잘 활용한 ‘정원 바(vivaio bar·사진)’가 최근 밀라노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원 바는 도심 한복판을 약간 비켜난 곳에 식물원, 농장, 정원을 갖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서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오게 되는 기존 바와는 달리 정원 바에서 고객들은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몇 시간씩 자연을 만끽한다. 또 정원 관리, 채소 재배와 관련한 전문서적과 전문가들이 고객들에게 생생한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다. 이들은 넓은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전문가들에게서 각종 화훼 기법 등을 배워 자신의 집에 있는 화단을 가꾸는 데 활용한다.
정원 바의 특징 중 하나는 잘 가꿔진 정원을 행사를 위해 임대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야외 결혼식, 칵테일파티 등을 갖기 위해 굳이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수요가 꽤 많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업체인 ‘데미몬데’가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둔 것은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가들의 정원 관리 지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한 게 결정적이었다. 바를 찾은 고객들은 직접 실습을 통해 정원 관리 방법을 배운다.
많은 고객과 빠른 고객 회전율이라는 영업의 절대가치를 버리고 소수의 고객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성공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거기엔 고객의 직접 참여 유도, 전통 가치 고수,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욕구 등이 적절히 조화돼 있다.
이정훈 KOTRA 밀라노무역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