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산업생산 34년만에 가장 큰폭 감소
영국 프랑스 독일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다시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국내 증시는 16일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997년 말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각국의 성장률 전망 및 소비, 고용 등 지표가 악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세계경제는 이제 ‘실물경기의 침체’라는 더 큰 괴물을 상대하게 됐다.
국내적으로도 극심한 고용 부진과 수출 및 투자 감소 우려, 건설업 침체 등으로 실물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데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언론과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견해가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26.50포인트(9.44%) 내린 1,213.78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저치이며 2006년 6월 13일(1,203.86)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전일 대비 하락폭은 2007년 8월 16일의 125.91포인트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였고 하락률은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2일의 12.02%와 2000년 4월 17일의 11.63%에 이어 사상 세 번째였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6204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올해 6월 12일(9731억 원) 이후 가장 많은 주식을 내다팔았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1.41% 폭락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4.25% 하락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전날 미국 뉴욕 증시(―7.87%)와 유럽 증시가 폭락한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날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것은 금융위기에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미 상무부는 15일(현지 시간) 9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1.2% 감소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산업생산 실적이 2.8% 감소해 1974년 12월(―3.5%) 이후 34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금융시장이 우리의 희망대로 안정을 찾는다 하더라도 광범위한 경기 회복은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유럽에서도 프랑스가 3분기(7∼9월)에 국내총생산(GDP)이 0.1% 하락하는 등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4∼6월)에 각각 ―0.5%, 0.0% 성장률을 기록했던 독일과 영국도 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도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3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은 11만2000명 선으로 떨어지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33.5원 폭등한 137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폭은 1997년 12월 31일의 145.0원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