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부소장 “펀드 반토막 원인은 개인의 탐욕”

  • 입력 2008년 10월 17일 10시 46분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한상춘 부소장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한상춘 부소장
MBC100분토론 마무리 발언 논란…누리꾼들 대분노

국내 최대의 펀드 판매 및 운용사인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의 식언이 펀드투자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이 "이참에 미래에셋 환매는 물론이고 CMA통장도 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17일 새벽2시까지 이어진 'MBC 100분토론-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의 대처방안'편에 토론자로 참여한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의 한상춘(68) 부소장이 제공했다.

한 부소장은 토론 막바지에 손석희 앵커가 "펀드가 반 토막이 난 개미투자자들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자 "사실 지금까지 환매를 못한 것은 여러 가지 개인의 탐욕이라든가 기대심리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펀드투자자들의 천문학적 피해를 단순하게 '개인의 탐욕에 따른 책임'으로 몰아 간 것이다.

그는 이어 "사실 저희(미래에셋)들이 작년 12월초 올해 1월초에 이러한 위험에 대해 사전에 많이 경고한 상태였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럴 때에는 개인의 정보량과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를 커버하는 측면에서 전문적인 사람과 좀 얘기하거나 아니면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고 까지 얘기 했다. 한 마디로 미래에셋과 같은 대형 투자 전문 운용사를 찾으라는 홍보성 멘트였다.

밤늦게까지 이 토론회를 시청한 누리꾼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채팅방에 모여 한 부소장 및 미래에셋에 대한 성토의 글을 주고받았다.

한 누리꾼은 "펀드해서 돈벌면 미래에셋이 운영 잘 한거고 펀드해서 망하면 개인의 탐욕 때문이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미래에셋이 줄곧 장기투자의 미덕에 대해 홍보해왔는데 이제 와서 장기투자자를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몰아세우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불쾌해 하기도 했다. 실제 미래에셋은 최근까지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장기투자'를 권유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한 부소장에 대한 비판은 미래에셋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때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던 미래에셋이 최근 올인 하다시피 했던 중국증시의 몰락으로 운용실적이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SLR클럽'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도대체 언제 미래에셋이 위기를 경고했느냐"면서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발언을 모아 올려놓기도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시장은 건전한 조정 중'(지난해 11월), '한국 체력 있다…살 때다'(올해 1월) 등 줄곧 아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밝은 미래를 강조해왔다. 심지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올 2분기 이후에 해소될 것'이라는 무모한 예견까지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한 부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펀드를 운용하고 판매하는 회사의 관계자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한 부소장의 맞상대로 나온 경제평론가 박경철 씨(시골의사)는 '펀드 반 토막 시대의 대처법'에 대해 "지금 자산투자를 하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자산을 팔 수 있다"며 "다만 그 언젠가가 내일일 수도 있고 한참 뒤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언젠가를 견딜 수 있는 재무구조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빚을 줄여라"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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