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6일자 A1면 참조
규제에 ‘감전’된 전력 공급
“발전소보다 힘든 송전탑 세우기
11개부처 - 지자체 규제 숨막혀”
선뜻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현실입니다. 그것도 ‘규제 전봇대’에 가로막혀 ‘산업의 동맥’인 송전선로마저 제때 짓지 못하는 우울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적기(適期)에 수송하려면 송전탑과 송전선으로 구성된 송전선로가 필수입니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여서 길어야 1, 2년이면 설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규제 코리아’에서는 9년이 걸립니다. 반면 국내 발전회사들이 주로 짓는 500MW급 석탄발전소 건설은 7년 6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입니다.
9년이라는 숫자도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평균 30개월로 잡아서 산정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데 65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어서 건설 기간이 더 늘 것으로 한국전력은 걱정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사업 승인을 받기까지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 11개 중앙부처(외청 포함)와 협의해야 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와도 사전 협의를 끝내야 하는 등 중앙 및 지방 정부가 펼쳐 놓은 ‘규제의 막(幕)’이 첫 번째 원인입니다.
여기에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민원, 지역 민심을 먼저 고려하는 지자체의 ‘눈치 보기’, 각종 서류를 수차례 다시 작성해 오라는 ‘레드 테이프(관료주의)’도 가세합니다.
이제 정부도 전력규제 개선작업에 속도를 내고, 지역 주민과 지자체도 무리한 요구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인 듯 보입니다. 수조 원을 들여 원자력발전소를 짓고도 송전탑을 세우지 못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지완 산업부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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