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반토막’… 내년이 두렵다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 무디스 “한국 내년 2.2% 성장 예상”

비정규직 실직 걱정… 정규직은 봉급삭감 걱정

전문가 “부동산-주가 하락으로 중산층도 타격”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17일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투자은행인 맥쿼리와 UBS가 2%대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경제가 나빠지고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은 됐으나 2% 초반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은 충격적이다.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

국내외 경제연구기관 모두가 내년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4%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연구기관은 아직 없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제 금융위기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4% 경제성장률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내년에 4%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해 내년 예산 편성을 위해 제시했던 4.8∼5.2%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기관으로는 골드만삭스가 최근 3.9%,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8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낮춰 제시했다.

이는 6월 전망치인 4.3%보다 0.8%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도 13일 종전의 4.3%에서 3.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국내외 각 기관이 내다보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카드 대란으로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았던 2003년의 3.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 계층이 고통 받을 듯

경기가 침체되면 서민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예를 들면 정규직의 경우 봉급을 더 받고 덜 받는 차이를 보이겠지만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등은 고용 자체가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번 경기 침체는 이전과는 달리 서민층은 물론이고 중산층 부유층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원인이 집값 하락, 주가 하락 등 자산 가치 하락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계층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고(高)물가 우려

대체로 성장률이 낮으면 물가도 낮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풀어놓은 돈과 재정 때문에 저성장과 고물가가 함께 오기 쉽다.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서민의 고통은 커지기 마련이다.

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3년은 성장률이 비록 3.1%에 그쳤지만 물가는 3.5%로 비교적 안정됐다. 최근 2005∼2007년 소비자물가는 2.2∼2.8%로 2%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7월 물가가 이미 5.9%까지 치솟았다. 본격적인 환율 상승이 반영되기 전인 3분기(7∼9월) 물가는 5.5%였다. 최근 기름값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은 이중식 반장은 “원유가와 환율이 같은 비율로 변하면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의 3배 정도로 충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달러당 원화값이 1100∼1200원이 된다 해도 소비자물가를 3%대 중반에서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광현 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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