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운영 기술 전수→로열티’ 등 지식 수출도
세계 1위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5월 충북 음성에 1만8360m²(약 5550평)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태양광 전지와 모듈을 각각 연간 30MW씩 생산할 계획이다.
2005년 울산시에 20MW급 태양광 모듈 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2010년 이 부문에서 약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조업업계를 호령하고 있는 국내 중공업 회사들이 신(新)성장 동력 발굴에 한창이다. 주력 분야인 조선업 호황이 끝나기 전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도 있지만 미개척 분야에도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 에너지 사업에 전력투구
중공업 업체들이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뛰어 들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 관련 사업이다.
현대중공업은 3월 KCC와 합작해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합작 법인을 만들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 모듈까지 태양광 발전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태양광 발전에 이어 풍력 발전에도 진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3일 13만2000m² 용지에 총 1017억 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2012년 2월 완공 예정인 이 공장은 연간 400MW 규모의 풍력 발전기를 생산한다.
STX그룹도 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TX그룹 계열사인 STX에너지는 최근 영국 셸이 보유한 아일랜드와 파로군도의 3개 해상유전 탐사광구에 대한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는 등 에너지 부문에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가고 있다. 2011년 아시아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발전기를 상용화해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 조선 경쟁력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 9월 오만 정부와 오만 수리 조선소 건설과 운영에 대한 위탁 경영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대우조선은 향후 10년 동안 수리 조선소의 설계와 건설, 장비 구매 등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완공 후에는 최고경영자를 파견해 위탁 경영하게 된다.
대우조선은 투자에 대한 리스크 없이 연간 100억 원의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고, 중동지역에 수리 조선소를 확보함에 따라 이 지역을 운항하는 고객들에게 더욱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선박이라는 하드웨어를 수출하던 회사가 조선소 운영 기술이라는 ‘지식 수출’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극지(極地)에서 미래의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일반 유조선이나 중형 컨테이너선, 벌크선 대신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쇄빙 유조선이나 극지용 드릴십 같은 첨단 고부가가치 선박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선박이 대형 쇄빙 유조선이다. 이 배는 얼음을 깨고 극지를 통과해 원유를 수송할 수 있어 수송경로를 단축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인수합병(M&A)보다는 조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진출했다.
이 회사는 2006년 5월 필리핀 수비크에 첫 삽을 뜬 지 18개월 만에 대형조선소를 완공했다. 수비크조선소는 극초대형(1만 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및 4000TEU급 이상 중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벌크선 등을 주로 생산한다.
앞으로는 부산의 연구 개발 센터와 연계해 부가가치가 높은 드릴십, 해양플랜트, 초대형 액화천연가스 LNG 운반선 등으로 건조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조선소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