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패닉’은 최악상황의 先반영…희망의 전조일 수도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일 급락하던 뉴욕증시에 경기침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물론 신용경색 이후에 나타날 경기침체는 누구나 예상했던 악재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R(불경기)’의 등장이 복병은 아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지난주 초 경기지표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금융시장의 패닉은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나는 것과 같다. 극장에 불이 나서 연기가 가득해지면 사람들은 발화지점을 알 수 없어 너도나도 출구로 몰려간다. 패닉은 이렇게 발화지점을 모르는 화재와 같은 상황을 만든다.

대개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로 전이되는 데는 몇 단계를 거친다. 이를테면 역(逆)자산 효과(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를 줄이려는 심리)로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소매판매가 줄어들어 기업의 재고가 늘어난다. 그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고 마지막으로 고용이 악화되는 과정이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경제가 보여준 침체신호는 순차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당황스러울 정도로 동시 다발적이었다. 지금의 미국 경제처럼 소비심리 악화와 고용지표 하락, 투자 위축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 이미 알려진 악재에도 시장은 패닉에 빠진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이 상황이 침체의 시작인지 마지막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통상적인 경기침체는 2년 정도면 회복된다. 그러나 최근에 나오는 경제보고서들을 보면 일반적인 경기 회복 속도를 보일 것이란 믿음이 옅어진다. 게다가 가처분소득의 97%를 소비하고 그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에서 오토론 카드론 등에서 부실이 발생하고 소비자들이 신용지출을 줄이면 그 파급력은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이제는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지금까지의 신용위기 패닉에 실물경기 위축이라는 새로운 패닉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의 단초는 있다. 원래 패닉이란 앞으로 발생할 최악의 가능성을 시장이 선(先)반영하는 과정이므로 시장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빗나갈 경우엔 그 공포가 낙관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논점은 지금 반영되고 있는 공포가 실제보다 과도한 것인가, 또는 실제로 벌어질 상황을 모두 예측하고 있는 것인가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워런 버핏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지금 공포는 이미 극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오마하의 현인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디 미국 투자자들의 바람뿐일까 싶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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