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강원도 평창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각을 확인한 뒤 "약 40분 쯤 뒤에 도착할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다시 지도를 살펴보니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무려 180㎞. 40분 만에 가려면 시속 270㎞로 주행해야 하는 거리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주변의 식당을 찾으려 내비게이션을 검색하던 김씨는 또 한번 당황했다.
지도를 업그레이드하기 전에는 상호를 입력한 뒤 검색 반경을 2~20㎞에서 지정하면 해당 지역의 점포를 검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한 지도에서는 이런 기능이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업체에서는 이례적으로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는 '다운그레이드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불만이 쏟아지는 대상은 국내 내비게이션 1위 업체 아이나비 사의 최신 맵(Map)인 '아이나비SE'.
업그레이드된 신형 버전에서는 구형 버전이나 타사 맵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주변검색 메뉴가 사라졌다. 또 시스템이 불안정해 수시로 작동을 멈추는가 하면 GPS 초기 수신 시간이 길어졌다는 등의 주장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아이나비사 게시판 등에 잇따르고 있다.
이 밖에 실제 차량 위치와 내비게이션 상에 표시된 차량의 위치가 달라 길을 잘못 드는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계속됐다는 게 김씨를 비롯한 아이나비SE 사용자들의 얘기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업체 홈페이지엔 '구형 버전 다운그레이드하기' 버튼까지 등장했다.
아이나비 측은 이 버튼 위에 '신규 버전의 사용상의 어려움 및 일부 불편 사항으로 인해 V7.1 버전(구형)을 이용하는 고객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된 V7.1버전 및 8월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도 적어 놓았다.
아이나비 측은 SE버전 서비스 시작 이후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수정한 '패치'를 내놓고 소비자들에게 이 패치를 추가로 설치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전문가들은 "모든 소프트웨어에는 버그(오류)가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지도 업그레이드는 업체 측이 지나치게 서둘러 사전에 버그를 잡는 작업을 소홀히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아이나비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라 일부 오류도 있지만 아이나비 제품이 선보인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도가 바뀌면서 구형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이 손에 맞지 않아 더욱 불편함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수시로 업그레이드 및 제품 보완을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