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브랜드 이야기/르노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글로벌카로 꽃 핀 109년전 청년 르노의 꿈

1898년 12월 24일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으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에 20대 초반의 청년 10여 명이 자동차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21세의 청년 루이 르노가 만든 차가 몽마르트 언덕을 올라갈 수 있는지 내기를 하기 위해 그의 친구들이 모인 것이다.

중고 삼륜차를 개조해 르노가 개발한 기어박스와 추진축을 장착해 만든 ‘르노 1호’는 경사가 13도인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몽마르트 언덕 정상에 올랐다.

르노는 경사진 길을 거뜬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기어박스를 특허 출원했다. 그는 특허로 번 돈을 밑천 삼아 형 2명과 함께 1899년 ‘르노 형제 회사’를 설립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르노자동차의 시작이었다.

회사 설립 초기에 고급 승용차를 생산했던 르노는 1차 세계대전 때 군용 트럭과 탱크, 항공기 엔진 등을 생산하면서 급성장한다. 하지만 2차 대전 중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에 군용 트럭을 만들어 준 게 화근이 돼 전쟁이 끝난 후 국유화됐다.

르노는 1947년 2차 대전 후 처음 만든 모델인 ‘4CV’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프랑스 자동차 역사상 첫 밀리언셀러 카(110만5547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운 4CV는 르노는 물론 전후 프랑스 경제 부흥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소형차 ‘도피네’를 앞세워 1957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3년 만에 철수하면서 위기를 맞았고, 1980년대 중반에는 유럽의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심각한 재정 위기로 존폐의 기로에 몰리기도 했다.

‘프랑스 브랜드’ 르노는 1996년 민영화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경쟁이 치열한 유럽, 일본, 미국을 벗어나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던 터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신흥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했다.

1999년 3월 닛산과 다국적 파트너십을 맺은 데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루마니아 자동차 회사 다시아를, 2000년에는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다.

르노자동차는 2007년 말 현재 연간 220만 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23.5%의 시장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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