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주식서 채권-부동산으로 전방위 확산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먹구름 낀 여의도… 금융가 비상 서울 여의도 일대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금융회사마다 비상근무에 들어간 듯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실물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는 한국 경제를 보여주는 듯하다. 전영한 기자
먹구름 낀 여의도… 금융가 비상 서울 여의도 일대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금융회사마다 비상근무에 들어간 듯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실물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는 한국 경제를 보여주는 듯하다. 전영한 기자
[주식] 올해 들어 32조원 순매도… 투자의견 잇달아 낮춰

[채권] 매도 규모 커져… 이달에만 3조원 넘게 팔아치워

[부동산] 서울 강남-경기 분당 등 상업용 빌딩 매물 쏟아내

한국경제 보는 눈 예전같지 않아… 환율에도 악영향

■ 자산 팔아 자금 회수 ‘셀 애셋’ 가속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해 온 자산을 전방위로 팔아치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해외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을 회수하자 금융기관의 독촉을 받은 헤지 펀드나 투자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자산을 파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자산매각을 통한 부채비율 축소)’ 작업이 전 세계적으로 연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 시장에서 디레버리징은 주식을 넘어서 채권과 부동산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여 우려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금은 ‘셀 코리아(Sell Korea)’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셀 애셋(asset·자산)’ 이 불어닥치고 있지만 실물경기 침체에 민감한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의 한국 탈출은 국내 자산가격 폭락을 가져올 뿐 아니라 ‘달러 사자’ 주문으로 이어져 환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 주식 채권 부동산 전방위 매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들어 32조 원을 순매도해 이미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24조7000억 원)를 넘어섰다.

해외 투자은행(IB) 및 자산운용사들도 한국 투자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 들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잇달아 낮췄고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있는 자산운용사들도 펀드에 편입되는 한국 물량을 지난해부터 계속 줄여왔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발을 빼고 있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10월 들어 22일까지 3조1369억 원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9월 위기설’이 불거졌던 9월에 4조7329억 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서는 15거래일간 이틀을 빼고 모두 순매도를 했다. 특히 21일과 22일 이틀간 1조787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빌딩 시장을 장악했던 외국계 투자자들의 국내 빌딩 매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GE캐피털의 GE리얼이스테이트가 강남과 분당 소재 빌딩 3곳을 매물로 내놓았고 ㈜맥쿼리센트럴오피스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는 최근 회사 청산에 맞춰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매각에 나섰다.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명동 유투존과 동대문상가 쇼핑몰 라모도, 850억 달러 공적자금이 투입된 미국 보험사 AIG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도 매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시장에 알려지고 있다.

○ 글로벌 자산 매각 소용돌이

외국인의 국내 자산 매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디레버리징 현상의 일환이다.

자기자본 없이 남의 돈을 차입해 투자를 해 온 해외 금융기관들이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부채 상환을 위해 각국에 뿌려놓은 투자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 특히 투자자들의 상환 압력과 잇따른 투자 실패로 위기에 봉착한 헤지펀드들은 그동안 아껴왔던 우량 주식들을 헐값에 팔아버리며 각국의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미국과 유럽계 금융회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자산)은 20∼60배에 달한다.

동양종금증권의 이재만 연구원은 “그동안 과도한 차입으로 고수익을 추구했던 글로벌 IB들이 상업은행으로 전환, 합병되면서 차입 비율을 줄이고 있다”며 “특히 헤지펀드의 회수 규모가 더 큰 상태”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자산 매각은 해당 금융회사의 건전성 회복 등의 순기능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작용이 크다.

우선 국내외 자산가치의 폭락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자산 매각이 상업빌딩 시장의 가격하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들이 쏟아내는 매물을 국내에도 받아줄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저스트알의 김우희 상무는 “외국계 투자 회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 당분간 가격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국 경제 신뢰 하락도 원인

비록 외국인의 자산 매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예전보다 악화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큰 영향력이 있는 일부 외신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쏟아내고, 외국계 증권사들도 한국의 대표 우량주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양산하면서 셀 코리아가 더 심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또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이 중국 등 다른 신흥시장보다는 오래전부터 투자해 온 한국 시장에서 차익 실현을 하려는 욕구가 강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도보은 팀장은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극단적으로 커진 가운데 최근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치솟는 등 외국에는 우리가 매우 위험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슈로더의 마니시 바티아 아시아 주식매니저는 “한국의 수출 둔화 우려와 은행들의 높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 가계의 높은 부채비율 등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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