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증여시기 늦추고… 가업승계 공제 규정 적극 활용
최근 정부는 2009년도 부동산 및 상속증여 관련 세법의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거액자산가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세테크’다.
PB센터 고객들을 상담하다 보면 역시 부자들은 세금과 관련해서 남들보다 앞서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한 PB 고객은 1가구 1주택 비과세 기준금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돼 본인이 예상했던 부동산 양도소득세 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알았다.
이 사실을 안 고객은 당초 처분할 예정이던 주택의 가격을 조금 더 낮춰 매물로 내놓았다. 가격을 더 낮추자 매매 거래는 곧 성사됐다. 이 고객은 양도소득세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주택 가격을 더 낮춰 팔아도 실수령액은 세법 개정 전보다 많다는 계산이 나오자 과감히 가격을 내린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위축될 것을 예상한다면 발 빠른 대응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고객은 5억 원짜리 아파트와 4억 원짜리 아파트를 각각 보유하는 것보다는 9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서둘러 부동산중개소를 찾았다. 1가구 2주택은 세금이 부과되지만 1가구 1주택은 세금이 면제되는 만큼 요즘처럼 주택 가격이 떨어졌을 때를 기회로 기존 아파트를 처분해 좀 더 넓은 아파트로 갈아탈 계획을 세운 것이다.
부자들은 증여 및 상속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한 고객은 올해 8월에 서울 용산에 있는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했다. 그런데 내년 증여세율이 당초 10∼50%에서 7∼34%로 인하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증여를 취소했다. 이 고객은 내년 이후에 증여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현재 세법 규정에 따르면 당초 증여일로부터 3개월(신고기한) 이내에 증여를 취소하고 반환하는 경우엔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고객은 이러한 세법 규정과 내년도 증여세율 인하에 따른 세금 절약 금액이 크다는 것을 알고 증여를 취소한 것이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상속세법을 잘 활용한 경우도 있다.
1987년부터 중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60대 고객은 2000년 아들을 회사에 입사시켜 경영수업을 받게 한 뒤 2005년부터 공동대표로 함께 일하고 있다.
아들에게 지분을 넘겨줄 계획을 세운 이 고객은 최근 새롭게 신설된 가업승계에 대한 규정을 접했다.
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피상속인이 15년 이상 경영하던 중소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1억 원에서 2억∼3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또 창업자금과 중소기업 주식을 2010년까지 증여하는 경우엔 30억 원을 한도로 5억 원을 공제한 뒤 10% 단일세율로 증여세를 부과하고, 나중에 상속세 계산 때 합산해 정산할 수 있는 규정도 생겼다.
이 고객은 이러한 규정을 참고해 증여세를 크게 절감하는 방향으로 아들에게 지분을 물려주고 있다.
이처럼 부자들은 ‘합법적인 절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이를 재테크에 활용하고 있다.
세금 제도가 너무 어렵고, 본인과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평소에 본인이 납부하는 세금이 어떤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불필요한 세금 납부는 줄일 수 있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