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양의 이성주의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아니며, 인간은 새로운 시각에 질문을 던지고 목표를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이보다 우월한 시스템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이번 위기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문제 삼는 것은 통제를 벗어난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독립성이다. 우리는 개인과 기업이 가능한 한 최고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시장경제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경험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장경제 개념을 매우 좁은 관점으로 접근했다. 개인이 벌어들이는 수익과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가치 등으로 성공을 가늠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눈앞의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의 성향은 높은 기대수익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새롭게 탄생한 이 복잡한 상품에 내재된 리스크를 잘못 판단했다. 새로운 상품의 리스크를 판단하면서 과거 상품들에 적용하던 리스크 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또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사회 전체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기회주의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탐욕을 보였다.
금융위기의 해법은 가까이에 있다.
우선 금융산업의 혁신 추구 원동력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 금융상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이 이루어질 때마다 금융시스템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고, 결국 새로운 혁신이 사회에 가져오는 가치는 점차 줄어들었다.
장기투자자와 단기투자자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투기적인 투자자에게는 추가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투기로 인한 버블(거품)을 막아야 한다.
자유시장 경제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환경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의 좀 더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시간이 지나면 시장의 기초체력이 다시 회복될 때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또 ‘경제 팽창을 정상적인 상태로 봐야 하며 모든 경기 하강을 임시적 허약 상태로 봐야 한다’는 존 케인스의 논리에도 동의한다. 필자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 다시 좋았던 그 시절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안드레아스 노이버 하나UBS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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