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득 동반 악화… 실물에 스며든 ‘R의 공포’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 3분기 성장률 3.9% 4년 만에 최저

실질 총소득 마이너스 3%… 냉각의 속도와 폭 예상 뛰어넘어

4분기에 금융위기 영향 본격화… “재정지출 과감하게 늘려야”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3분기(7∼9월) 성장률 3.9%는 금융 시장을 지배해 온 ‘R(Recession·침체)의 공포’가 실물경제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국내총소득(GDI) 증가율도 10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강타하면서 체감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4분기(10∼12월)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지표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가 극도로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 정책을 포함해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안정화 대책 이상으로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 총소득 외환위기 이후 최악

실물경제 급랭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속도와 폭은 예상보다 컸다.

한은은 국제 금융시장 위기의 영향이 예상보다 커 수출과 투자, 소비 등 경제 전반의 둔화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에 즉각적인 영향을 줬다. 3분기 재화 수출이 2분기(4∼6월)보다 1.8% 줄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8.1% 증가했으나 이는 2005년 2분기(6.2%) 이후 최저치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급격히 나빠져 당분간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질 GDI의 전기 대비 증가율은 ―3.0%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1∼3월·―8.7%) 이후 최저치였다.

한은 최춘신 경제통계국장은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이 급변동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경기 침체로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실물경제 위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이 외부 충격에 의해 시작된 것이어서 회복 여부도 외부의 사정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년 하반기 회복도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4분기부터 수출을 시작으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적극적인 재정 확대 필요 제기

일반적으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총수요를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세금을 줄이고 △정부 지출을 늘리며 △이자율을 내리는 처방이 많이 사용된다. 한국 정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26조4000억 원의 세금을 깎아 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9월 발표한 바 있다. 11월부터는 유가환급금 지급도 시작된다.

한은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5.0%로 인하했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11월이면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추가 지출과 함께 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재정 지출을 늘려 2009년 예산안 전체 규모를 키우는 것을 국회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면서 “올해 관리대상 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1.1%로 예상돼 비교적 건전한 편이어서 지출에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지출이 늘고 금리가 내리면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물가 관리에 여유가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시각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재정 적자가 늘어나도 지금은 과감하게 지출 규모를 늘려야 할 때”라며 “현재 예산안에서 재정 지출이 SOC에 집중돼 있는데 복지 분야나 성장잠재력 확충에 지출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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