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집값 하락… ‘디플레 먹구름’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 한국경제 큰 고통 오나

자산가치 하락→실물경제 위축→소비투자 감소→위기심화 악순환

서울 강남북 함께 집값 떨어져 ‘경고음’…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자산 디플레(디플레이션·deflation)의 충격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그 신호탄은 1년 만에 ‘반토막’이 난 주식 값이다. 한동안 견고하게 유지되던 부동산 가격도 버블 논쟁이 한창이고 경매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화 가치마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에 이은 이번 디플레의 고통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가계의 소비 구조조정과 기업들의 투자 기피가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 때에도 세계 경제는 이런 과정을 거쳤다.

○ 증시부터 디플레 조짐

국내 자산가치 붕괴의 시발점은 주가 폭락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국내주식형펀드의 1년 수익률은 ―45.6%, 해외주식형펀드는 ―52.7%였다. 1년 전에 펀드에 가입했다면 평균적으로 투자액의 절반은 까먹었다는 뜻이다.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도 22일 현재 85조 원으로 지난해 10월 말에 비해 51조 원이나 줄어들었다.

상당수의 펀드 투자자들은 환매 시점을 놓치면서 투자금을 쉽사리 현금화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승장에서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다시 펀드 투자에 나선 많은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 하락과 이자부담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부동산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부담이 커지면서 급매물이 늘고, 이에 따른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24일 내놓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2%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0.3%)과 강북(―0.1%)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꺼번에 하락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지역이 떨어지면 다른 지역은 오르던 식이었던 가격구조가 전체적인 하락 기조로 돌아섰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바닥을 모른다는 점. 지금은 거래가 별로 없어 집값 하락 폭이 크지 않지만 대출 부담을 견디지 못한 매물이 터져 나오면 가격 폭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의 자산 중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폭락은 주식 폭락보다 훨씬 심대한 타격을 한국경제에 준다.

○ 호황기에 오른 자산가격의 붕괴

세계 경제를 덮친 유령이 인플레에서 디플레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2000년대 초에 시작된 글로벌 저금리 시대는 과잉 유동성을 낳았고 곧 자산 가치에도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각국 정부는 금리 인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거품도 급격히 빠졌다. 빚을 내 자산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부채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자산 투매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저물가-고성장 시대에 형성된 자산 가격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며 “주가가 모든 경제변수를 선행하는 지표인 만큼 자산 가치 하락도 주가에서 실물경제, 부동산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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