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고 인근에 갈대밭과 연못이 배치돼 있다. 연못에는 1급수에 사는 피라미가 눈에 띈다. 운이 좋으면 청둥오리나 너구리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조차 공장 폐수를 정화해 연못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삼성토탈 대산공장은 화학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철저히 정화해 연못 방류수로 사용했다. 환경오염 주범이란 오명(汚名)도 벗었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친환경 경영을 통해 환경오염 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은 어쩔 수 없지만 기술력으로 오염물질을 감소시켰고 온실감스 감축에도 적극적이다.
○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라
삼성토탈은 2001년부터 ‘에너지절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에너지를 줄이면 그만큼 석탄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도 낮출 수 있다.
특히 정제과정에서 사용되는 저압(低壓) 스팀 대신 폐열(廢熱)을 회수해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스팀 사용량을 50% 정도 줄였다. 이에 따른 탄소 배출 감축량은 연 4만5000t 정도다.
삼성토탈 측은 “최근 2년 동안 약 185억 원을 에너지 절감활동에 투자했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간 20만 t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화석유화학도 2000년부터 에너지 절감 전담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고효율 설비 도입, 폐열 회수, 잔여 스팀의 효과적인 활용, 공정개선을 통한 운전조건 최적화 등을 주도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에너지 절감 노하우 300여 건을 취합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으로 2000∼2007년 328억 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LG화학도 각 사업장에서 에너지 절감 TF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말 전사적으로 에너지 절감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에너지 혁신사례 공유마당’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LG화학은 지난해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통해 연간 300억 원 이상의 에너지를 아꼈다.
○ 오염물질 철저 관리
한화석유화학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사후관리에서 한 발 나아가 초기 발생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유럽연합(EU)과 선진국 중심의 사전 예방적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한화석유화학도 제품의 설계, 생산에서부터 유통,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1995년부터 ‘오염물질 배출 제로’라는 환경경영 목표를 설정했다. 1995∼2001년에는 폐수 및 폐기물 배출을 1995년 수준의 50%로 줄이는 운동을 실시했다. 2002∼2006년에는 단계별 오염물질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여수의 5개 사업장과 청주, 울산, 온산, 익산, 나주, 오창 등 11개 사업장이 환경부로부터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받았다.
SKC는 울산공장의 프로필렌옥사이드(PO) 생산 공정에 미생물을 활용한 폐수 처리 기술을 도입해 폐수양을 줄이고 있다.
미생물 처리기술 덕분에 소각량이 예전보다 대폭 줄었다. 덕분에 소각 때 나오는 유해물질 양도 낮췄다. SKC는 미생물 처리기술을 통해 연간 100억 원의 소각 연료비를 아꼈다고 밝혔다.
○ 리치(REACH)의 벽을 넘어
리치는 EU 내 40여 개 화학물질 관련 법령을 통합해 만든 신(新)화학물질관리제도로 지난해 6월 발효됐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철저하게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EU 내에서 연간 1t 이상 제조 및 수입되는 화학물질은 반드시 리치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을 위해선 물리화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생체 독성 등의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그만큼 등록이 까다롭고 비용 부담도 커진다.
박인 LG화학 환경안전팀 부장은 “열 가지의 기초원재료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등록하지 않으면 완제품 수출이 막히기 때문에 리치에 있어 99%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관련 협력업체와의 협조를 통해 100% 완벽한 사전준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