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됐을때 산뒤 묻어둬야
《“주식을 비즈니스로 보고, 시장 변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면서 안전마진을 추구하는 게 투자의 기본 개념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우리에게 가르친 게 그것이다. 앞으로 100년 후에도 이것은 여전히 투자의 기초가 될 것이다.”(워런 버핏)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장기투자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한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의 버핏이 되겠다’는 목표로 오랜 기간 가치투자펀드를 운용해 온 한 가치투자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치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냉정한 준비성과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이다.”》
버핏의 학창시절 연애담을 들여다보자. 버핏이 다닌 고등학교에 인기가 많은 한 여학생이 있었다. 뭇 남학생들이 그 여학생을 연모했고, 버핏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그 여학생이 실연을 당해 외로워하고 있을 때 비로소 버핏은 그녀에게 다가갔고, 결국 버핏은 그녀와 사귈 수 있었다. 가치투자자로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버핏의 성품을 나타내주는 에피소드다.
이 일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가치투자를 하려면 우선 ‘좋은 기업’을 찾고, 그 주식이 충분히 저평가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치투자자의 주식 투자 기간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주식 투자 기간과 다르다. 아래 그림과 같이 먼저 마음에 드는 기업을 발굴한 뒤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크게 떨어질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좋은 가격으로 매입한 후에는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회에 ‘독점력’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오늘은 수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주가와 관련한 수치지표 중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면 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일 것이다. ROE는 정해진 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즉, 주주가 맡긴 돈을 사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잘 운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주주들에게 ROE는 채권자가 받는 이자나 다름없는 지표다.
예를 들어 주주들이 출자한 돈이 500만 원인데, 1년간 100만 원의 이익을 낸다면 이 기업의 ROE는 ‘100만 원÷500만 원=20%’다. 꾸준히 20%의 ROE를 낼 수 있다면 이 기업은 금리 수준에 비교해 볼 때 매우 뛰어난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높은 ROE가 지속된다는 것은 이 기업의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 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지속적으로 높은 ROE는 장기투자를 통해 복리(複利)를 향유하는 가치투자자에게는 매우 훌륭한 개념이다. 미미한 ROE 차이도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의 마술(이자에 이자가 붙는 방식)을 부려 결국 엄청난 기업 가치의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ROE가 높은 기업을 고르는 게 가치투자자가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물론 이 밖에 질적인 분석 등을 하여야 하지만 기업을 고르는 다른 방법들은 다음 회에 설명하기로 하자.
두 번째, 좋은 기업을 골랐다면 언제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버핏은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버핏은 “시장의 움직임이 어리석으면 어리석을수록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따르라. 그러면 어리석음에 휩쓸리지 않고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핏의 스승인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고 불렀다. 매일 우리에게 주식가격을 알려주는 미스터 마켓은 변덕이 매우 심해서 기분이 좋은 날은 높은 가격을 부르지만 어떤 날에는 걱정과 공포로 낮은 가격을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미스터 마켓의 장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주식 가치와 상관없이 늘 새로운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스터 마켓이 말도 안 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할 때는 그것을 무시해 버리고, 낮은 가격을 제시할 때는 그것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미스터 마켓의 기분에 휘말리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큰 차이를 보일 때, 다시 말해 주가가 충분히 저평가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주가는 1년 중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수년간 투자한다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충분히 쌀 때 사야 한다.
물론 지금처럼 주가가 많이 하락했을 때 주식을 무조건 사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량기업의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장기투자를 하는 가치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오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최근 위기의 주식시장에 어울리는 버핏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해 보자. 그는 1995년 유에스에이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30년 전에는 어느 누구도 베트남전의 확대와 임금 및 물가 통제, 두 번의 오일쇼크, 대통령의 사임, 소련연방의 해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하루 508포인트 폭락, 미국 국채 이자율의 높은 변동(2.8∼17.4%) 등을 예측할 수 없었다. 따라서 주식을 매도할 최상의 시기도, 매수할 최상의 시기도 없다.”
세상이 망하지 않는 한 시장을 섣불리 예측하려 들지 말고 ROE가 높은 우량기업의 가치를 주가와 비교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산 주식을 장기 보유한다면 제대로 된 가치투자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자본이익률 (ROE·Return On Equity)
특정 기업의 자기자본을 연간 순이익으로 나눈 것. 기업이 정해진 자본으로 이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ROE가 높으면 기업이 주주가 맡긴 돈을 사업을 통해 잘 운용해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함.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