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한국은행은 왜 기준금리를 내렸나요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Q】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준금리는 무엇이고, 한은은 왜 기준금리를 내렸나요. 또 기준금리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돈 필요한 은행에 더 값싼 이자로 빌려줘

시장에 돈 공급늘려 경기 살리려는 의도

기준금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빌려 사용할 때 사용료를 내는 것처럼 돈을 빌렸을 때에도 그 돈을 사용한 값을 치러야 합니다. 처음 빌린 돈을 원금이라고 하고 빌린 대가를 이자라고 부르죠. 이때 원금에 대한 이자를 얼마나 내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금리입니다. 가령 은행에 100원을 1년 동안 맡겨두면 이자 10원이 붙는다고 하면, 이자 10원은 원금 100원의 100분의 10, 즉 연 10%가 금리가 됩니다. 이런 뜻에서 금리를 ‘돈의 가격’, 곧 ‘돈 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일까요. 자본주의 시장에서 상품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집니다. 금리도 결국 ‘돈 값’이기 때문에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시중에 자금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금리는 오르고 반대로 자금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금리는 떨어지죠. 과일 시장에서 과일이 풍작이면 과일 값이 떨어지고 흉작이면 값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좌우할까요. 경기전망이나 물가전망, 저축률, 기업의 자금 수요 등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보통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자금 수요가 늘어납니다. 가계도 돈벌이가 좋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에 소비를 늘리고 자금 수요는 늘어납니다. 따라서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가 오릅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쁠 때는 자금 수요가 줄어들어 금리는 내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금리는 금융시장의 자금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금리 수준을 시장에만 맡겨놓는 나라는 없습니다. 금리의 움직임이 국민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대 국가의 통화 당국은 경기 동향이나 경제 실정을 감안해 금융시장에 개입합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이 이 역할을 맡습니다.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체계는 크게 정책금리, 지급준비제도, 공개시장조작 및 여수신제도로 나뉘는데요. 오늘 우리의 주제가 바로 ‘정책금리’ 부분이죠.

정책금리란 각 나라의 통화정책의 목표가 되는 단기 금리를 말합니다. 나라마다 정책금리를 정하는 기준이 다른데요. 한은에서는 ‘콜금리’를 정책금리로 하다가 올해 3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변경했습니다. 이 기준금리는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기성 여수신 등을 비롯한 금융기관과의 거래 때 기준이 되는 금리입니다. 어려운 용어들이 한꺼번에 많이 나와서 혼란스럽지만 쉽게 말하면 기준금리는 시중은행이 한은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라 보면 됩니다. 그래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은행들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고 시중에 돈은 더 많이 풀리게 되죠. 따라서 경기 부양 효과도 나타나고 주식 시장도 활황을 띠게 됩니다. 한편 기준금리를 낮추면 일반적으로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높아지고, 또 해외에서 들어왔던 자금이 밖으로 나가면서 환율이 오르는(원화가치가 떨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2004년 11월 3.25% 이후 올해 8월 5.25%까지 최근 4년간 꾸준히 올려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까지 이어지는 위험이 높아지자 한은은 이달 9일 기준금리를 5.00%로 낮춘 데 이어 27일에는 임시 금통위를 열어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융 시장 불안이 내수 부진을 심화시켜 경제 성장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파격적인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급박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물가 안정보다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것이 당장 급하다고 본 것이죠. 또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앞 다퉈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감안했습니다.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회복하는 데 힘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유례없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가 수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죠. 다만 앞으로 한은이 한 발 앞선 대응으로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위험해지는 것은 막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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