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지주 733억 적자… KB-신한 예상보다 실적 저조
일부 은행은 근거없는 부도설마저 나돌아 진화 부심
《은행들이 악성 루머와 부진한 3분기(7∼9월) 실적으로 대부분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30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31일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실적을 발표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은행들은 일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증폭되고 있는 “○○은행이 곧 부도난다” “강남 부자들이 △△은행으로 돈을 옮기고 있다”는 등의 악성 루머에도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국내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 한미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등으로 자금 경색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 우리금융지주, 신한카드 등 7곳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31일 지정을 해제하는 등 한국 금융회사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 때문에 각 은행들은 증권가 애널리스트 등과 접촉하며 적극적으로 루머 진화에 나서는 한편 직원 및 고객들에게도 “위기는 없다”며 정확한 사실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 악성 루머 진화에 나선 은행들
“○○은행은 괜찮나요? 어떤 분이 그 은행은 확실하게 위험하다고 한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1금융권 중에 안전한 곳은 없나요? 다들 루머가 한 번씩 도네요. 제2금융권은 못 믿겠고. △△은행에 정기예금 넣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는 시중은행에 관한 근거 없는 악성 루머가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은행들은 루머가 고객들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다.
한 시중은행은 ‘부도가 날 것이다’라는 루머에 시달리다 실상을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증권가 애널리스트 등을 접촉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 은행 관계자는 원화유동성비율을 비롯해 각종 지표를 공개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 루머가 난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이순우 수석부행장은 최근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의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현재 은행의 사정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은행장이 직접 나서 ‘위축되지 말고 열심히 일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 부진한 실적은 부담
이런 상황에서 나온 3분기의 부진한 실적은 은행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3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는 733억 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산LCD와 관련해 대손 충당금으로 2507억 원을 쌓았기 때문”이라며 “관련 손실을 3분기에 모두 털었기 때문에 4분기(10∼12월)엔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에 323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당초 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실적에 이날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전날보다 5.15%나 빠졌다.
신한금융지주는 “경기 둔화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충당금 적립이 전 분기보다 2000억 원 늘었고, 리먼브러더스 관련 손실이 발생해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도 30일 발표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자 31일 주가가 전일 대비 8.57%나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현재 어느 은행도 수익성이 좋지는 않다”며 “2009년과 2010년 은행 순이익을 기존 추정치보다 각각 42.4%와 42.6%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은행채 많이 발행하는 은행
韓銀 “유동성 지원규모 감축”▼
한국은행이 조달 비용이 높은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에 많이 의존해 온 은행권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나선다. 시장성 수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요즘처럼 금융위기가 벌어졌을 때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자금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31일 “은행채 발행 규모에 따라 유동성 지원에 차등을 둘 계획”이라며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과정에서 은행채 발행이 많은 은행의 은행채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시중은행의 원화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이달 7일부터 RP 방식으로 은행채를 사들여 5조∼10조 원 정도를 시중에 공급할 계획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