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에 쌓이는 환차손…무기도입 ‘환율과의 전쟁’

  • 입력 2008년 11월 1일 02시 58분


방위사업청 올 달러환율 994원~1050원 예측

1850억 추가부담 예상… F-15K 392억 최다

“계약때 환율관련 특약조항 등 안전장치 절실”

최근 환율의 급등세로 무기도입사업의 환차손이 누적되면서 군 당국이 ‘환율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쌓이는 환차손=무기도입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은 8월만 해도 올해 환차손을 1300억 원 정도로 예상했다.

8월까지의 평균 환율을 달러당 994원(유로당 1477원)으로, 9월 이후의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50원(유로당 1560원)으로 예측한 데 따른 수치였다.

하지만 세계적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1460원까지 치솟자 무기 도입의 환차손이 급격히 늘어갔다. 최근 한미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환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31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주요 무기도입사업 가운데 F-15K 전투기 41대를 도입하는 차기전투기(FX) 1차사업의 예상 환차손이 39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800t급 잠수함 도입 관련 사업이 373억 원, 함대공미사일과 KDX-Ⅲ급 한국형구축함 관련 사업 등이 각각 200억 원 안팎의 환차손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올해 환차손 규모는 총 1850억 원으로 예측됐다.

이 수치는 연말까지 해외업체에 지불해야 할 외화의 평균 환율을 달러당 1200원(유로당 1700원)으로 예측한 것으로 최근 환율의 고공행진 추세를 감안하면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회 국방위원회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방위사업청의 관련 자료를 근거로 올해 환차손 규모가 최대 268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법은 없나=양치규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원-달러 환율을 1200원으로 계산했을 때 10월 현재 올해 예상되는 환차손 규모는 1800억 원 정도”라며 “자체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기획재정부와 상의할 것”이라고 밝혀 최악의 경우 예비비 사용을 요청할 뜻을 밝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환율이 이렇게 폭등할 줄 몰랐다”며 “올해 추진이 힘든 사업들의 예산잔액을 활용하고 대금 지불 시기를 늦추면 어느 정도의 환차손 방어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에 따라 고환율 추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고,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해외업체들이 우리 정부의 대금지불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년 정부의 외화지출 예산은 재정부가 추정한 환율에 따라 책정된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 등 각 부처들은 예산 집행 잔액이나 절감액을 사용하는 이외에 별도의 환차손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방개혁에 따라 2020년까지 수조 원대의 첨단무기들을 계속 도입해야 하는 무기사업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환차손을 줄일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일본의 경우 외화를 지불하는 무기 도입 계약 시 급격한 환율변동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약조항을 운용한다”면서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계획이 요구되는 무기도입사업의 환차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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