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전문가는 ‘서브프라임’ 왜 몰랐을까?

  • 입력 2008년 11월 3일 02시 55분


《인간은 부동산과 만나면 탐욕스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대박의 환상을 좇다 한순간 파국을 맞곤 한다. 이랬던 인간과 부동산의 만남을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픈 마음을 칼럼에 담았다. 작년 9월,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유명 부동산 개발회사를 경영하는 A 회장을 만나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여러 대화 중 당시 미국 주택시장 상황이 어떤지를 물었다. 그때만 해도 일본과 독일을 제외한 전 세계 주요 도시 주택 값은 끝없이 올라갈 태세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다. A 회장은 의외로 “모기지 금융에 큰 부실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금융회사들이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부동산 값의 거의 100%까지 경쟁적으로 융자해 주고 있다”며 “이는 곧 미국 경제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또 이런 경고를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회사 고위층에도 전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얼굴을 붉히기까지 했다.》

한국은 2006년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낮췄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도입했으므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걱정이 됐다.

그로부터 얼마 후, 평소 가까이 지내는 외국계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들에게 A 회장과의 대화를 전하며 의견을 구했다. 애널리스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A 회장의 말은 부분적 현상에만 주목한 것이고 미국 경제 규모로 볼 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는 낙관론을 폈다.

다음엔 경제연구소 석학들의 의견을 들었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위원들 역시 A 회장의 우려에 대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폄훼했다.

금융 및 경제 전문가들은 왜 그랬을까? 금융이 실물경제에 비해 너무 빨리 발전하면서 부동산금융이 급속도로 증권화된 데 1차적 원인이 있어 보인다. 금융공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금융기법이 고도화돼 위험에 대한 인식이 줄어 전문가들이 부실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속하는 미국 주택업계에선 금융계보다 실질적인 눈으로 사태를 주시할 수 있었다. A 회장처럼 이미 1년 전부터 그 위험을 알고 이를 강력히 경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째서 미국에서 기업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시하는 금융감독기구나 의회, 신용평가회사, 언론 등이 이런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환상에 집단 도취돼 문제점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꾸로 모든 사람이 극도의 공포에 질려 있다.

전쟁에 져서 역사 속에서 사라진 나라는 있어도 금융위기로 망한 나라는 없다. 어떤 금융위기도 극복이 안 된 예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집단 도취나 집단 공포는 모두 비이성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발짝 떨어져 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애널리스트, 경제석학 등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분석도 틀릴 수 있다.

이방주 부동산 칼럼니스트

※ ‘부동산 인사이트’ 칼럼이 매주 월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현대산업개발 사장, 한국주택협회장 등을 지낸 이방주 부동산 칼럼니스트와 국내 최대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 이상영 사장이 통찰력 있는 시장 분석과 재테크 정보를 번갈아 가며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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