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의 4가지 원칙 제시
워런 버핏은 투자에서 실패해 본 적이 없을까? 최근 워런 버핏은 현재 자신의 대부분 재산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지금이 주식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워런 버핏이 이번엔 주식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고 비판적인 기사를 싣기도 했다.
워런 버핏도 실제 주식 투자에서 큰 실패를 한 적이 꽤 있다.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로 세계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갈 때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당 약 90달러에서 40달러로 급락했다. 무려 60%가량 손실을 본 것이다. 1990∼1991년엔 주가가 8900달러에서 5500달러로 무려 38% 하락했고, 1987년 주식시장 붕괴 당시에도 주가가 4000달러에서 3000달러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일로는 1998년 중반 8만 달러였던 버크셔 주가가 2000년 4월 초에는 4만8000달러로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과연 지금 버핏의 주식 투자가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 단견일 수 있다.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참일 때 오히려 버핏의 가치투자는 빈축을 샀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심지어 버핏의 건강 이상설과 분별력을 상실했다는 루머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버핏의 장기투자, 즉 가치투자의 위력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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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버핏의 투자가 너무 이른 것일까, 아니면 무모한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너무 단기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려는 사람들의 조급성이 가져온 편견이 아닐까 싶다. 지금 투자하고 있는 버핏의 투자수익률은 아마 5년 뒤에 또는 10년 뒤에는 대단한 선택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의 투자 실패(?)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배우게 되는 지혜는 주식을 단기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버핏처럼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야 하고 평가 역시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1, 2년 문을 닫아도 우리는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닫아도 우리는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또 말한다. “10년을 보유할 주식이 아니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
주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장기투자 수익률은 버핏의 말대로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표는 1965년 이후 버크셔의 주당 순자산 증가율이다. 1965년 이후 4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무려 22%다. 즉,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무려 28만6865달러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의 연평균 수익률 10.4%의 총수익보다 53.9배나 더 많다. 장기투자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단기적 투자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주식투자와 맞지 않는지를 증명해 준다.
다시 지난 회에 이어서 버핏이 말하는 좋은 기업 고르는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회에 독점력과 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에 대해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오늘은 버핏이 주식을 선택하는 포괄적인 기준에 대해서 알아보자.
1977년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종목 선정의 기준을 알 수 있다.
첫째,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기업, 또 잘 알고 있는 산업 분야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핏은 IT기업에 평생 투자하지 않았다. 즉 모르는 분야, 모르는 기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독점적인 가치를 가진 기업을 좋아했다. 코카콜라, 질레트, 월트디즈니, 워싱턴포스트 등 늘 꾸준히 잘 팔리는, 대부분 독점적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정직하고 유능한 경영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샀다. 주식 투자는 동업과 같다. 따라서 동업자가 정직하고 유능해야 한다. 실제로 버핏은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경영자를 보고 판단했으며, 인수 후에도 그 경영자에게 회사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겼다.
넷째,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사야 한다.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의 개념으로 가치보다 싸야 하며, 싸게 사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역으로 비싸게 사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 즉, 주식은 쌀 때 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핏은 위기시 주가가 하락할 때 주식 비중을 높여왔으며, 심지어 주가가 너무 상승한 해에는 일시적으로 펀드를 청산하기도 했다.
버핏은 주식시장에 비관주의가 팽배해 있을 때를 즐긴다. 그의 어록을 살펴보자 “주식에서 저가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비관주의다.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사업을 했으면 한다. 그것은 우리가 비관주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비관주의가 초래하는 가격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여론이 아니라 생각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