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오롱 구미공장이 이웅열 그룹 회장님 내외를 초청한 날입니다. 그런 만큼 뜨겁게 환호하고 힘찬 목소리로 모십시다.” 지난달 31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코오롱 구미공장에는 작은 잔치가 열렸다. 직원들은 공장 내 위락시설인 행복테마파크 완공에 맞춰 이 회장 내외와 경북 김천 및 경산공장 직원 1200여 명을 구미공장으로 초청했다. 구미공장 직원들은 길가에 두 줄로 서서 이 회장 내외를 맞았다. 가발을 쓰고 슈퍼맨 복장을 한 직원들이 코오롱의 발전 과정을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쪽 귀퉁이에서는 직원 부인들이 파전을 부쳤다. 》
‘상생선언’ 2년 채 안돼 매출-영업이익 급신장
위락시설 건립 날 이웃 공장 초청 화합 한마당
‘행복 공장 만들기’ 일환으로 올해 4월부터 공장 외벽을 페인트칠 한 덕분에 공장은 공원 같은 느낌을 줬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섬유업계의 최고 강경 노조가 연일 파업했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 실적이 보여준 자신감
코오롱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은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084억 원, 801억 원.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1조5410억 원)과 영업이익(704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코오롱유화와 합병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실적은 기록적이다. 올해 3분기(7∼9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687억 원, 297억 원인데 합병을 반영한 지난해 3분기 실적보다 각각 28.5%, 62.9% 늘었다.
올해 상반기(1∼6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최근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 이를 이겨낸 비결은 무엇일까.
구미공장에서 만난 이 회장은 “따로 비결이 있는 게 아니다”며 “노사가 똘똘 뭉쳐 힘을 합친 게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화합 덕분에 코오롱의 사업구조도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은 올해 3월 모태였던 섬유 부문을 분사했고, 4월 폴리이미드(PI) 필름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6월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전문회사인 코오롱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사업 구조를 섬유에서 신소재 중심으로 재편하는 이 같은 움직임은 노조의 동의 아래 진행됐다.
○ 노사화합이 이룬 ‘기적’
“밤잠을 설칠 정도로 속 끓이게 했던 코오롱이 이제 그룹의 모기업과 맏아들의 역할을 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제 코오롱을 떠올리면 느지막이 막둥이를 얻은 아비처럼 절로 웃음이 납니다.” 이 회장은 이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화섬(化纖)업계가 위기에 빠진 2003, 2004년 회사는 ‘희망퇴직’을 받았고, 구미공장 노조는 공장 정문을 점거하고 코오롱 상품 불매 운동으로 대응했다. 노조는 2006년 3월 이 회장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에 침입해 경비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2006년 코오롱 노사는 “이러다간 공장 문을 닫겠다”는 위기감을 경험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구미공장이 가장 마음 아프게 했던 순간에 수첩 맨 앞장에 ‘구미공장을 행복공장으로 만들자’는 글을 적었다”고 회고했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구미공장에 적극 배치했다. 올해 여러 건의 사업 구조조정을 했지만 인력을 감축하지는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 4월 ‘노사 상생(相生) 동행 선언’을 하며 화답하고 있다.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끝냈다. 회사의 사업 구조조정도 적극 지원했다.
김연상 노조 사무국장은 “최근 3년 동안 임금을 자발적으로 동결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그 덕분에 남들이 힘들어할 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제 코오롱은 미래를 향해 노사가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