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명희(32·경기 고양시)씨도 기아차의 신형 차량 '쏘울'을 원래 가격보다 약 160만원 할인된 값에 구입했다.
새 차를 최고 300만원까지 싼 값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완성차 업체는 현재 없다.
이들은 어떻게 새 차를 싸게 살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이 새 차를 구입한 장소는 중고차 시장이었다.
박씨가 구입한 로체는 누군가 출고하자마자 전혀 주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다 판 차량이었다. 이씨가 구입한 쏘울 역시 새 차를 구입한 뒤 며칠 만에 중고차 시장에 팔아 주행거리가 약 100㎞에 지나지 않았다.
중고차 매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신차 같은 중고차 매물이 늘고 있다.
10월 들어 미국 발 금융 위기가 확산되면서 차량을 계약한 뒤 할부금을 갚지 못해 중고차 시장으로 직행하는 차량이 늘고 있다는 것.
또 일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비싼 차량을 할부로 구입한 뒤 즉시 내다 팔아 현금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채업자 등이 채무자에게 강제로 차를 할부로 구입하게 한 뒤 이를 되팔아 자신들은 현금을 챙기고 할부금은 채무자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설도 있으나 이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새 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신차를 싸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지금이 '중고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 '카즈'(www.carz.co.kr)에 따르면 최근 시판된 주행거리 100~200㎞ 가량의 '새 차급 중고차'는 신차 대비 10~15% 가량 값이 싼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i30은 새 차 가격이 약 1600만원이지만 주행거리 200㎞ 정도의 중고차는 1420만원으로 약 18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진 카즈 마케팅담당은 "자동차는 출고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 '중고차'가 되지만 차량 상태나 성능, 보증수리 기간 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최근의 경제 상황을 잘 활용하면 필요한 차량도 구입하고 가계 지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