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경영이 나의 것이면 성과는 公의 것”
‘히든 챔피언’ 저자 지몬 “수출 强小기업 많아야 견고한 성장”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제1회 기업가 정신 국제 콘퍼런스’가 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공동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새로운 성장엔진으로서의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국내외 석학과 기업인 등 6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맞이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기업인들은 외환위기를 극복한 저력을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부활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이병철 삼성 창업주 등 창업 세대 기업인들은 ‘돈을 많이 벌겠다’는 개인적 욕망이 아닌 기업의 성공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인식에서 경제를 일으켰다”며 “현재 기업인들도 이런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명예회장은 “진정한 기업가 정신에는 ‘천하(天下)는 공(公)’이라는 가치관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경영을 충실하게 하는 데는 ‘나의 것’이라는 의식이 도움이 되겠지만 거기서 나온 성과는 ‘공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 독일 ‘지몬-쿠허 앤드 파트너스’ 대표는 이날 주제발표 및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같은 경제 위기에는 수출 능력이 뛰어난 강소(强小)기업인 ‘히든 챔피언’이 많아야 견고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히든 챔피언은 금액으로는 40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안팎으로 세계 3위 이내 또는 해당 대륙 1위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으로 한국에서는 오토바이 헬멧을 제조해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홍진크라운을 꼽았다.
지몬 대표는 “독일은 최근 5년간 세계 1위의 수출 대국이 될 수 있었는데, 이는 글로벌화를 잘한 강소기업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던 덕분”이라며 “대외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벗어나야 더욱 번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독일의 히든 챔피언의 3분의 2는 가족기업인데, 가족기업은 최근과 같은 경제 위기 시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상속세 감소 등 가업 승계를 원만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기업인의 기(氣)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 역할과 관련해서도 “관료주의를 없애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인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오픈 소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창업한 지미 웨일스 미국 위키미디어재단 이사는 “위키피디아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정신으로 성공했으며 그 바탕에는 기업가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식거래 중개인으로 일하다 2001년 이용자가 직접 글을 올리고 수정할 수 있는 개방형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개발해 이 사이트를 월간 2억여 명이 찾는 곳으로 만들었다.
웨일스 이사는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위키피디아 창립 때에는 ‘닷컴 붕괴’로 자금조달이 힘들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고가 가능한 창조적인 기업가들의 출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노부호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국정운영과 기업경영에 시장경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규제개혁과 노사협력, 반기업 정서 완화 등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기업가 정신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종업원과 하나가 되어 실패를 무릅쓰고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열정”이라며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려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자율성을 살리고 노사 관계 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