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회사이자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사(社)의 압달라 S 주마(사진) 총재는 3일 “에쓰오일의 지속적인 성공과 확대를 위해 (에쓰오일에서 받는 아람코의) 배당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세계 에너지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아람코의 차기 총재에 지난달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칼리드 A 알팔리 아람코 수석부총재가 임명됐다고 전했다.
▶본보 10월 10일자 B1면 참조
주마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한국의 3대 주요 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1991년 에쓰오일(당시 쌍용정유)에 대한 아람코의 투자 결정은 ‘완벽한 결정’이었으며 ‘성공한 역사’였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한국은 에쓰오일을 통해 원유를 확보하고, 사우디는 한국의 건설회사를 통해 원유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등 양국의 에너지 안보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하면서 “에쓰오일의 확장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하는 등 배당금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쓰오일은 2006년 2037억 원, 2007년 5337억 원을 아람코에 배당한 바 있다.
1968년 아람코에 입사한 그는 1995년부터 14년째 총재를 맡고 있으며, 1991년 해외사업담당 부사장으로 에쓰오일과의 합작사업을 성사시키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올해 말 은퇴 예정인 주마 총재는 “내년 1월 차기 총재에 오를 알팔리 수석부총재는 저의 시대와는 다른 시대적 변화에 맞서 아람코를 이끌 가장 유능한 리더이면서 검증된 인재”라고 소개했다. 아람코는 2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차기 총재 선임 사실을 공개했다.
아람코는 한국 원유의 29%, 액화석유가스(LPG)의 24%를 공급하고 있으며 에쓰오일의 지분 35%를 가진 최대주주여서 한국의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주마 총재는 “내년 9월 사우디에 (아람코의 예산 지원으로) 설립되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KAUST)’를 통해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新)재생에너지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가 이처럼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50번 넘게 북한산을 등반하고 한라산과 오대산에도 올랐다는 주마 총재는 자신을 ‘반(半)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인의 따뜻함이 매우 좋았다”며 사우디와 한국 간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기대했다.
아람코의 총재가 사우디의 석유자원부 장관을 맡았던 전례를 감안하면 그는 퇴임 뒤에도 사우디는 물론 국제석유시장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알리 빈 이브라힘 알 나이미 석유자원부 장관도 주마 총재에 앞서 아람코 총재를 맡은 바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