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내내 ‘매수자 우위’ 시장이었죠. 그런데 오늘 매물이 많이 들어갔어요. 시장이 갑자기 ‘매도자 우위’로 바뀌진 않겠지만 집주인들의 생각이 좀 바뀐 것 같아요.”(서울 강남권 중개업자) 정부가 3일 용적률 상향 조정, 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 임대주택 의무건설 조항 폐지 등을 뼈대로 하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나타난 시장의 변화다. 집주인과 집을 사려는 사람은 고민에 빠졌다. 재건축이 다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는 것일까, 아니면 전체 경기 부진 때문에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것일까.》
○ 매물 회수 움직임
재건축 물량이 많은 서울 주택시장이 정부 대책에 비교적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呼價)도 다소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황한섭 씨는 “지난 주말 주공아파트 50m²형을 6억 원에 거래했는데 이번 주 들어 호가가 6억1000만∼6억2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드문 만큼 호가가 시세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약세였던 강남 재건축 가격 추세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재건축 단지가 많아 과거 시세 상승기에 수요가 몰렸던 비(非)강남권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102m²형은 3일 오후 6억1000만 원에 거래됐다. 5일 전쯤 5억5000만 원에 거래될 뻔하다가 매수자가 “더 떨어질 것 같다”며 해약한 아파트였다. 매수세가 일부 살아난 사례다. 이 거래를 중개한 김종원 씨는 “정부 발표 후 호가가 2000만∼3000만 원씩 올랐다”고 전했다. 같은 강동구지만 고덕동 주공아파트는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가 많이 오르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 재건축 수익성 개선
당초 국토해양부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초과이익 환수장치를 강화해 용적률 상향에 따른 이익을 회수하려 했다. 투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익 환수장치를 강화하면 재건축 대책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건설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규제만 풀었다.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197%. △102m² 2674채 △112m² 1750채 등 총 4424채로 구성돼 있다. 지금의 기준계획 용적률인 210%를 적용해 재건축을 하면 인센티브로 용적률을 최대한 높여도 물량을 늘리지 못한다. 소형의무비율 규제를 적용받아 조합원이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옮기는 일도 생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조합이 용적률을 250%까지 늘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울시가 정한 기준 용적률인 210%를 초과하는 용적률의 절반인 20%포인트만큼을 보금자리주택용으로 배정해야 해 전체 용적률은 결국 270%가 된다. 이렇게 되면 중대형 단지 4855채를 짓는 게 가능하다. 기존 102m²에 사는 사람은 115m²로, 112m²에 사는 사람은 145m²로 입주할 수 있다.
기반시설 기부 여부, 동간 거리 등 변수에 따라 실제 건립 물량은 달라지겠지만 재건축이 힘든 현 상황이 개선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재건축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시세 대비 매물 가격이 얼마나 싼지 △용적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현재 호가 위주로 높아진 시세로 매입할 경우 목돈이 장기간 묶이는 데 따른 금융비용만 커질 수 있다. 용적률은 해당 단지 재건축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 물어보면 대략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으나 정확하진 않다. 따라서 용적률 변경 관련 세부지침이 나온 뒤 구청 도시계획과나 주택과에 조합 측의 구상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경기 회복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는 시점이 투자의 적기”라며 “값이 크게 싼 경우가 아니라면 투자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영상취재: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