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자국의 자본시장을 개방한 국가들이 늘면서 글로벌 채권 투자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현재 100여 개국이 개방된 채권 및 통화 시장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선진국 채권시장과 소수의 통화로 제한돼 있었던 투자 범위가 이제는 더욱 다양한 통화와 듀레이션(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가중평균만기) 그리고 이머징 마켓까지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으로의 이동(flight to quality)’ 현상 등으로 타격을 받은 이머징마켓은 통화와 금리 그리고 국채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에서 형성되는 가운데 상당한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순채권국이며 자본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없는 국가들까지도 같은 지역 내 다른 국가와 더불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매도는 한편으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가격이 너무 높았던 국가들의 채권 가격이 놀랄 정도로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화시장에는 이례적인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중 일부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이었다. 아이슬란드와 같이 재정 불균형과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로 긴급 자금이 필요하지만 조달 능력이 없는 국가의 통화 약세는 이해할 만한 현상이다.
그러나 순채권국이자 펀더멘털이 탄탄한 국가들 역시 자산 전반에 걸쳐 공황 매도를 겪었고, 이에 따라 통화뿐만 아니라 금리와 신용시장에서도 엄청난 시장 왜곡이 초래됐다. 이는 이들 시장의 펀더멘털이 최근 들어 이례적으로 탄탄한 수준에 오른 것과 비교할 때 우수한 매수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금리 측면에서는 글로벌 둔화 등 어려운 성장 환경에 대비한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3% 이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둔화는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글로벌 채권에서는 기회의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지만 세계의 나머지 지역은 이제 막 금리 인하를 시작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향후 1∼2년을 바라본다면 한국을 비롯해 경기둔화 여파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기대되는 호주와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그리고 심지어 일부 핵심 유럽 지역에서 채권 투자 기회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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