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동아일보사와 대한상의 공동 주최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 제2강.
이날 강의에서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은‘한국의 새로운 엔진을 찾아’라는 주제로 2시간여 동안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환경, 한국 산업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해 열강했다.
오 원장은 “강의는 많이 해봤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는 처음이라 무척 긴장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300여 명의 청소년과 학부모는 정통한 여행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한국의 미래와 신성장산업이라는 보물섬을 탐험하듯 강의에 몰두했다. 다음은 강의 요지.》
○ 신흥 개발도상국 발전이 세계 경제 바꾼다
최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2000년 이전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존 선진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돌아갔지만 앞으로 이들 나라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은 앞 다퉈 중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 유럽 등에 수출을 해 돈을 벌었다. 한국 생산기업들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제1의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은 전체 수출량의 22%, 820억 달러를 중국에 수출했다. 2위는 유럽연합(EU), 3위는 미국이다. 선진국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경제가 계속 발전하는 중국 등 개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올해 원유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개도국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에너지 원자재의 수요가 늘어나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전반적으로 비싸질 것이다. 과거처럼 원유가 배럴당 20, 30달러하던 좋은 시절이 다시 오기는 어렵다.
○ 잠시 어려워도 한국 경제는 건강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대외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한국 경제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건강하고 건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은 잘되고 있다. 1월부터 9월까지 수출 증가율이 22.7%로 지난해 수출증가율 14%에 비하면 매우 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과 개혁으로 기업과 정부 모두 살림살이가 훨씬 튼튼해졌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134억 달러를 넘은 것은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유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오른 탓이 크다.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력은 10년 전보다 튼튼해졌지만 대외 충격이 워낙 크다 보니 일시적으로 흔들린 것이다.
○ 미래에는 해외로 의료산업 수출해야
한국에는 심각한 문제도 있다. 그중 하나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출산율은 낮아지면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다. 한국은 이미 2000년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이러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부양비용은 늘어나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노년층이 경제활동을 적극 할 수 있는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산업에서도 노년층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실버산업’이 커질 것이다.
또 앞으로 서비스업 부문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의료 법률 교육과 같은 서비스산업 비중이 커질 것이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회계기준을 아는 회계사와 국제 통상관련 소송을 맡을 수 있는 국제변호사들이 각광받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넓게 보면 서비스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인도 같은 개도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8000∼1만 달러 수준이 되면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여러분이 의사가 된다면 10명 중 두 명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될 것이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인데 앞으로 평균소득이 1만 달러 수준이 되면 법률 회계 문화 게임산업 등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 신성장 엔진을 찾아라
한국도 세계 1위 기술을 여럿 가지고 있지만 아직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원천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미국은 한국의 16배, 일본은 7배나 되는 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이들 나라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만큼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성장동력 22개 사업’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 나아가야 할 산업임을 보여준다. 에너지·환경, 수송시스템, 정보기술, 융합 신산업, 생명공학산업, 지식서비스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환경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당장 2012년부터 유럽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이산화탄소 배기가스 기준을 맞춰야 한다. 환경이 한국 경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며 석유의 의존도를 낮추고 배기가스는 줄이는 한편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그린 카’ 기술 등을 발전시키는 것도 필수다.
IT와 NT의 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물류와 유통 분야를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전자태그(RFID) 등도 유망하다.
이런 유망 산업들에 우리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가 도전하고 있다. 얼마나 창의성 있게 다른 나라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가가 중요하다.
세계에는 여러분과 같은 꿈을 꾸며 노력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옆의 친구가 아니라 저 넓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여러분의 경쟁자이다. 세상에 대한 눈을 크게 뜨고 여러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한국의 미래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브릭스(BRICs)
1990년대 말부터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경제 4개국을 일컫는 말. 이 네 나라는 영토가 넓고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해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을 갖추고 있다. 4개국을 합한 면적은 세계 면적의 30%, 총인구는 세계 인구의 43%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매년 7∼10%씩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중국과 IT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는 앞으로 세계 수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령화
경제력 향상에 따른 생활환경의 개선, 의학의 발달 등으로 고령인구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 계속 증가하는 현상. 일반적으로 한 사회 혹은 국가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 부른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로 들어섰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천 기술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기술. 이 기술을 많이 보유한 나라는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해외에 비싸게 팔 수 있지만, 이런 기술이 부족하면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이 떨어져 자국 상품을 제값 받고 해외에 팔기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원천기술로 국내외에서 특허를 받으면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그 기술을 쓸 때마다 대가를 받아 수익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