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수출기업에 공급한 200억달러는 회수 예정
美이어 中과도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추진
유동외채 비율은 악화… “경상수지 흑자 유지해야”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말 2622억2000만 달러에서 올해 10월 말 현재 2122억5000만 달러로 500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10월에 줄어든 외환보유액 274억2000만 달러는 은행권과 수출기업에 흘러들어가 각 금융기관의 단기 부채를 갚거나 수출을 늘리는 데 대부분 쓰여 ‘달러 가뭄’ 해갈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외환보유액이 520억 달러나 급감한 데다 10월 이전에는 소진액의 상당 부분이 환율 방어를 위한 것이어서 외환보유액 관리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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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외환보유액 왜 줄었나
10월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정부와 한은이 9월 16일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달러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과 수출기업에 450억 달러의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외환스와프 시장 등을 통해 450억 달러 중 이미 200억 달러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공급된 달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회수된다.
둘째, 금융위기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달러 이외 통화 표시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50억∼100억 달러 정도 줄어들었다. 비(非)달러화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의 35.4%를 차지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다시 늘어나게 된다.
외환보유액 증가 요인도 있었다.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 계약 중도 해지로 50억 달러를 되찾아온 데다 외환보유액 운용수익 등이 있다.
○ 어디에 쓰였나
10월에 소진된 외환보유액 대부분은 한은이 은행권 단기외채 상환과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과 기업이 부채 상환에 나서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외채는 6월 말(2223억 달러)보다 200억 달러 이상 준 200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외환을 투입하는 등 외환보유액이 458억5000만 달러가 줄어 유동외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유동외채비율은 6월 말 86.1%에서 10월에는 9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근철 한은 차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일주일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액인 데다 유동외채보다 많다”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 전환과 외채구조 개선되는 추세인 데다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 중도해지 2차분 50억 달러가 연말까지 추가로 들어오면 유동외채 비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외환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해서는 안돼”
한은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했고 중국 일본과도 통화스와프 계약을 추진 중이서 외환보유액 논란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나 늦어도 11월 중순 전까지 FRB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과도 300억 달러 이내에서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외환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환율 방어를 위해 현물 외환시장에 달러를 풀면 외환보유액이 고스란히 소진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지난달 말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유지하면서 “시장 개입이 과도한 환율변동성을 막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그쳐 환율이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고 정부의 지급 보증으로 은행들이 만기 도래 외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