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 갈 길 아직 멀다]<끝>국내외 전문가 조언

  • 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4분


“세계질서 새판짜기…통상강국 -개방사회에‘한국의 길’있다”

“달러중심 체제서 경제패권 다극화 시대로

한국, 새 질서 구축에 적극적 목소리 내야

양극화 해소-혁신통해 성장잠재력 확보를”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가 탄생할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 통화금융체제를 논의하는 데 참여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경제위기로 세계 경제의 지형(地形)이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세계 질서 다극화(多極化) 체제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였던 미국의 패권(覇權)이 약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기존의 경제시스템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금융질서가 잘못될 경우 전 세계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 좋은 계기였다”며 “금융은 앞으로 10년간 국가의 감독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영향력은 일부 쇠퇴가 불가피하다. 미국과 유럽의 지위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가 나눠 갖는 다극화 체제로 세계 경제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이번 기회에 우리도 동아시아의 위상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국식 금융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과 제도의 발견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나왔다. 모종린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장은 “중국 등 신흥국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차기 미국 대통령도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겠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상당 기간 미국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들은 새로운 세계 경제가 탄생할 때 한국이 동아시아 질서 재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필적할 만한 아시아통화기금(AMF)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한국은 중국, 일본, 중동 산유국, 동남아 국가를 포괄하는 새 통화체제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도 “동아시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틈새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칫 정책방향을 잘못 잡거나 우물쭈물 대응하다가는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고, 국제사회에서 더욱 먼 변방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번 위기의 원인이 실물경제와 유리된 금융의 지나친 팽창이라는 점에서 튼튼한 제조업 기반을 강조하는 학자도 적지 않았다.

김균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조업과 금융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지속적인 기술혁신국가, 통상강국, 개방사회를 발전의 좌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통합 개방 선진화가 필요

이번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학자들은 △기술혁신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일 것 △개방을 통해 열린사회를 만들 것 △대립에서 벗어나 사회적 통합을 이룰 것 △정부와 정치권에서 위기관리능력을 기를 것 등을 주문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역 및 계층 양극화가 심각해 이대로 갈 경우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성장 추구보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면서 그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세계화에 반대하는 움직임과 폐쇄주의를 경계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다(多)민족, 다문화, 다언어에 열린 개방사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과감한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은 “법인세를 과감하게 내려 중소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원화 국제화를 위해 금융 시장에 외국인 참여를 늘리는 등 제도·여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수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은 “주변 경쟁국인 중국 일본 등과 차별화하려면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가의 개입 강화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공공적인 개입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교수는 “이번 위기를 시장 실패로 간주하고 정부의 역할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