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요구로 내수 타격 우려
친환경차 등 192조 투자공약
업계 ‘제2 도약 기회’ 전망도
미국 대통령으로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국은 연간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고작 4000∼5000대도 안 된다”고 말하는 등 한국 자동차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여러 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관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 측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한 것도 국내 자동차 업계로서는 부담이 된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이 때문에 국내 산업 분야 중 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전미자동차노조(UAW) 등 노조를 주요 지지 기반으로 둔 오바마 당선인이 자동차 산업에서 한미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미국 수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한국 내수(內需)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의 지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내수시장에서는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이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 않아 국내 자동차 업계의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바마 당선인이 한국 자동차를 거론한 것은 노조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고 나면 미국 경제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미국 경제에 실익이 되는 한미 FTA를 깨면서까지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하다가 국익을 위해 나중에 찬성으로 돌아선 사례를 볼 때 오바마 당선인이 한국에 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바마 정부가 각종 정책을 통해 미국 자동차시장 흐름을 친환경차로 바꾸려는 생각이 강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바마 당선인이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친환경산업에 1500억 달러(약 192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국내 자동차 업체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잘 타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