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모션 차 내한한 미슐랭 1 스타 주방장이자 이탈리아의 신세대 주방장인 마티아 바씨울리(Matia Barciulli·28) 씨를 지난 6일 만났다. 그는 지난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에서 투스카니(고대 로마 문명의 기원지) 지방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마티아 주방장의 첫 인상은 잘생긴 이탈리아노. 요리사 특유의 하얀 가운 아래 기아학적 무늬가 어지러운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앞치마도 배위에 두르기 보다는 약간 아래 골반에 스타일리쉬하게 둘러 범상치 않은 ‘포스’를 발했다.
그는 14세에 요리 경력을 시작한 이래 27세에 미슐랭 1 스타 주방장의 대열에 오른 어찌 보면 천재 요리사다. 대개 미슐랭 주방장이라면 35세에서 45세 정도의 연령대이다. 남들보다 이른 명성에 그는 자신은 그저 ‘행운아’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요리계에 입문하기 된 계기를 물었더니 “그냥 요리하는 게 좋아서”란다.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선생님이 “너는 커서 주방장이 되겠구나”라고 할 정도로 요리만 생각했다고. 14세에 호텔 요리사와 직원을 길러내는 명문 컬리너리 스쿨에 들어가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면서 근처 레스토랑에 찾아가 무보수로 주방 일을 자처했다. 5년간 다녔던 컬리너리 스쿨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17살부터 11년 동안 이탈리아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의 첫 제자들은 60~65세의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후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을 가르쳤다.
마티아 주방장은 동물성 지방을 최대한 줄이고 과학적인 요리법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그가 선보이는 요리는 전부 투스카니 요리들인데, 이 지역은 과거 가난한 지역이어서 쉽고 간단한 요리를 많이 해 먹었다고 한다. 콩 야채 민트 빵 올리브 오일을 많이 써서 소스도 별로 없고 한 마디로 요리가 깨끗하고 단순하다.
그는 “이번에는 한국의 재료로 투스카니 음식을 만들었다. 동물성 지방이 없고 순수한 올리브 오일의 질감과 맵지 않게 해 재료 그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요리했다”고 말했다.
미티아 주방장은 올리브 오일 테이스터 자격증을 소지할 만큼 오일에 대한 애착과 지식이 많으며 오일과 식재료의 적절한 조화, 질감, 맛 등을 고려해 요리의 풍미를 최대한 살려주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올리브 오일 테이스터 자격자는 피렌체에서 50명 정도 밖에 없다고 한다. 그에게 최근 한국 가정에서도 올리브 오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올리브 오일은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데 참 좋아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가열하지 말고 그냥 음식에 뿌려 드실 것을 권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엑스트라 버진(최상급) 올리브 오일이 비싸다고 불평하는데 와인 1병이면 엑스트라 버진을 2병이나 살 수 있어요. 좋은 올리브 오일을 사는데 돈을 아끼시지 마세요.”
이번 방문 기간 마티아 주방장은 토마토 안에 향신료와 올리브 오일을 가미한 야채를 넣고 오븐에 구워낸 토마토 파이를 비롯해 석류를 가미한 깔끔한 호박 리조또, 레드와인 푸딩을 곁들인 부드러운 육즙의 안심구이, 분홍 자몽 그라니타(일종의 샤베트)와 야생 딸기를 곁들인 검은 후추 도넛 등 투스카니 요리를 재해석한 창의적인 음식을 내놓았다.
그에게 ‘창의적 혁신적 요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창의적, 혁신적이라는 것은 ‘토마토 철학’이다”라고 말했다.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토마토가 전래됐지만 사람들은 독이 든 과일이라고 믿고 먹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18세기 이탈리아에서 요리에 사용해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에 맞는 음식을 만들고 2008년에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게 혁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일 내한해 아직 한국 관광을 해보지 않았다는 마티아 주방장은 남은 시간에 한국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살던 피렌체와 비교해 볼 때 서울은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도심 속 사찰이 어우러진 멋진 도시라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미슐랭 스타 주방장이란 세계 최고의 식당안내서로 꼽히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등급)을 받은 요리사다. 타이어회사 미슐랭이 별의 개수로 레스토랑의 등급을 표시하는데 미슐랭 스타 별점을 받은 요리사가 근무하는 레스토랑은 전 세계 499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22개 업소가 세 개의 별을 받았고, 70개 업소는 두 개의 별을, 407개의 업소는 한 개의 별을 받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영상·사진=임광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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