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샌디스크 인수 철회… 기업 조직개편 박차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신규 사업 진출이나
대형 인수합병(M&A) 시도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는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시점까지
늦추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이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본보 11월 1일자 A4면 참조
국내 기업들, 경영 ‘시계 제로’…해외 기업들, 실물경기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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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태양전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독일 코너지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최근 금융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및 전략 방향의 차이 등을 고려해 더는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G전자의 태양전지사업 진출 계획은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010년까지 2200억 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시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모듈 A1라인을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생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9월 독일의 태양전지 부문 1위 회사인 코너지그룹과 MOU를 맺고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 왔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다른 회사와의 제휴나 M&A를 통한 사업 확장 계획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플래시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미국 샌디스크에 인수를 공개 제안한 지 한 달여 만에 ‘제안 철회’를 선언한 것도 세계 금융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 IR팀장인 주우식 부사장은 지난달 3분기(7∼9월) 실적 발표 직후 “(샌디스크 인수와 관련한)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고 말해 가격 협상 실패 외에도 금융위기에 따른 부담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최근 기업들이 경기에 민감한 사업부문을 분할하거나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테크윈은 6일 이사회를 열고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최근 급성장한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시장에 조기 진입하는 데 실패하면서 다른 사업의 선전(善戰)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내고 있다.
삼성테크윈으로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 카메라사업이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승호 애널리스트는 “DSLR 카메라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광학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를 M&A하는 것이 필요한데 삼성테크윈보다는 자본력과 협상력이 우월한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올해 초 시작해 가입자 220만 명을 확보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사업 분리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하고 있는 것도 급변하는 경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달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합병을 결정했고, LG그룹이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 등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기 한파(寒波)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