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마련-새 조직문화 선포… 이미지 쇄신
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취임 5주년을 맞은 올해 인사 조직문화 등 그룹 전반에서 ‘현정은 체제’를 확고히 굳혀 나가고 있다.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의 남편인 고 정몽헌 전 회장 등 정 씨 일가 특유의 이미지 대신 ‘현정은식(式)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의 얼굴이 대부분 바뀐 것이다.
현대그룹 사장단 8명(현 회장 포함) 중 하종선 그룹 전략기획본부장,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올해 새로 임명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이기승 현대유엔아이 사장이 취임해 2004년 임명된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계열사의 CEO가 교체됐다.
특히 현 회장이 새로 선임한 CEO 대부분은 현대그룹 밖에서 경력을 쌓은 ‘외부 인사’다. 이른바 ‘현대맨’ 대신 ‘현정은의 사람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룹 내 최장수 CEO이자 정몽헌 전 회장 당시 중용됐던 김병훈 전 현대택배 사장도 최근 물러나고 현 회장이 직접 현대택배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 회장은 최근 현대상선 사보(社報)와 가진 취임 5주년 인터뷰에서 “(취임 후 5년이 지난 지금이) 다시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다짐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며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최근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삼성카드 건물을 1980억 원에 매입한 것도 현 회장이 추구한 ‘변화’의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의 한 임원은 “2001년 사옥 매각 후 현대그룹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새로운 사옥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려운 시절과 작별하며 그룹의 쇄신에 나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최근 제2의 도약을 위한 신(新)조직문화인 신뢰(Trust), 인재(Talent), 혼연일체(Togetherness), 불굴의 의지(Tenacity) 등 ‘4T’를 선포하기도 했다. 4T는 ‘창조적 예지’ ‘적극 의지’ ‘강인한 추진력’ 등의 현대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새 경영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현 회장이 영입한 외부 인사의 경영 성과와 새 조직문화의 정착이 ‘현정은 체제’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