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국제수준 근접… 차입투자도 적어
금융위기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 갖춰
“한국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세계적 컨설팅사(社)인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칼 스턴 글로벌 이사회 의장은 최근 방한 기간 중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재무제표나 지배구조 등에 있어 국제적인 수준에 근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기업이나 기관은 고(高)레버리지(차입투자)에 대한 의식이 높고 파생 상품을 많이 매입하지 않아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아마도 과거 외환위기 경험 때문이겠지요.”
스턴 의장은 “지난 10년간 한국 금융기관은 자본 포지션이나 대차대조표도 크게 개선됐고 조직도 이전보다 간소화됐다”며 “기업들도 과거보다 레버리지가 축소됐는데 요즘 같은 신용 위기 상황에서는 특히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BCG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금융, 산업재, 소비재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과 경영진 등의 자문에 응해 왔으며, 최근에는 세계 각지를 돌며 왕성한 강연 활동도 하고 있다. 스턴 의장은 “지금 상황에선 지배구조보다 재무제표가 더 중요한데 한국 기업은 매우 양호하다”며 “주가순익비율(PER)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은 국제 수준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발(發) 한국경제 불안 상황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큰 무리 없이 잘 대응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주요 소비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수출에 다소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의 탄력성이 높은 편이라 큰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 외환보유액 측면에서도 1997년에 비해 매우 강해졌습니다. 이번 위기가 한국의 새 정부가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 완화나 국가적 브랜딩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는 1994년 이후 매년 한국을 1, 2차례 방문해 한국 정부나 주요 그룹 관계자 등과 만나 조언을 해 오고 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발전을 피부로 느낀다는 스턴 의장은 개인적으로 자택에서 한국산 TV를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턴 의장은 “미국 경기는 당분간 깊은 침체에 빠지겠지만 침체 정도가 심할수록 정부의 발 빠른 개입이 이뤄져 회복 기간은 더 짧아질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내년 하반기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1994년 한국에 진출한 BCG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주요 기업과 한국 정부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비교적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38개국 66개 사무소에서 3900여 명의 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칼 스턴 의장
△1946년 미국 출생 △하버드대 경제학과,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 졸업 △1974년 BCG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입사 △1981∼1991년 미국 시카고 대표 △1991∼1997년 미주 지역 대표 △1997∼2003년 글로벌 사장 겸 최고경영자 △2004년∼ 글로벌 이사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