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의 대외채무 지급보증의 조건으로 임원 연봉의 10∼30% 삭감을 요구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각 시중은행에 5일 ‘정부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보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시중은행의 임원 연봉 조정과 스톡옵션 반납을 요청하면서 연봉 삭감의 적정 수준으로 ‘10∼30%’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에 대한 보수 지급 시 장기적인 경영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해 임원뿐 아니라 직원의 보수체계까지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 가이드라인은 은행에 대해 대외채무 지급보증 신청 계획을 비롯해 외화자금 조달 개선,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및 만기 연장 계획 등을 구체적인 숫자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자본 확충을 위한 분기별 예상 증자액, 배당성향 등의 목표치도 적어 제출해야 한다.
은행들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10일까지 세부이행계획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금감원은 이를 받아 13일까지 심사한 뒤 14일에 개별 은행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의 한 간부는 “직원 연봉 조정까지 MOU에 포함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로운 노사관계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직원 임금 부문을 빼지 않으면 금감원과의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MOU 체결에 참여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두 은행 관계자는 “다음 주 초까지는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