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비켜간 빼빼로데이

  • 입력 2008년 11월 11일 16시 29분


불황 한파에도 ‘빼빼로 데이’ 열기는 뜨거웠다. 업계에 따르면 ‘빼빼로 데이’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사진=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불황 한파에도 ‘빼빼로 데이’ 열기는 뜨거웠다. 업계에 따르면 ‘빼빼로 데이’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사진=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군대에 간 남자친구에게 '빼빼로 데이' 선물을 한아름 보낸 신소정(21·서울 성북구) 씨. 갖가지 빼빼로와 초콜릿 등 과자류를 마트에서 대량 구입해 하나 둘씩 나누어 포장한 뒤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보냈다. 과자류와 포장지를 포함해 20만원이 넘게 들었다. "과소비를 했다는 후회도 들지만 남자 친구에게 특별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불황 한파도 '빼빼로 데이'는 피해갔다. 쇼핑몰마다 '빼빼로 데이' 관련 상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고가 상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났다.

● 고가 '빼빼로 데이' 관련 상품 불티

온라인 쇼핑몰 롯데닷컴은 올해 10만 원 이상 '빼빼로 데이' 관련 상품이 매출이 지난해보다 47%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빼빼로 등 저가 과자류보다 꽃바구니, 프리미엄 쿠키세트, 호텔 리츠칼튼 수제초콜릿 등 고가 기획 상품 매출이 크게 움직였다.

롯데닷컴 측은 "빼빼로 데이가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인식되면서 먹을거리보다는 꽃, 조명, 인형 등 소품 위주의 선물들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서도 10만원 이상 '빼빼로 데이' 관련 상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20%나 늘었다. 인형, 꽃바구니 등과 빼빼로 과자가 세트로 구성된 상품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빼빼로 스틱, 커피빈 초콜릿, 머그컵 등이 들어 있는 던킨 도너츠의 2만9000원짜리 스페셜 바구니 상품도 매장마다 평균 50개씩 팔리는 베스트셀러다. 이는 '빼빼로 데이'용으로 출시된 카카오스틱도넛, 리얼초코 스틱 등 개별 도너츠 상품을 넘어서는 인기다.

●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소비 형태

전문가들은 고가의 '빼빼로 데이'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오히려 불황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한다. 불황에 '비싼 선물'을 선호하는 심리적, 계층적 이유가 있다는 것.

서울대 김난도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불황에는 친밀한 관계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의식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는 14년 전 롯데제과가 마케팅 차원에서 홍보하기 시작한 날. 예전에는 중고생들이 재미로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엔 사랑을 고백하는 기념일로 인식되면서 사람들이 비싼 선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최현자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도 "불황에 가장 둔감한 것은 구매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직접 돈을 벌지 않는 10~20대"라며 "고가의 '빼빼로 데이' 상품이 잘 팔린다는 것은 이런 소비행태가 잘 반영된 경우"라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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