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제학을 사회과학 중에서 가장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말한다.
실험실도 없고 현미경으로 물체를 들여다보지 않으며 시약을 사용하지도 않는 경제학을 과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신중한 관찰과 검증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 물리학 의학 등 과학 분야에 수여되는 노벨상에 경제학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테러 증가할때 휴대전화 판매 늘어난다고
휴대전화가 테러 원인으로 추론하면 잘못
【내용】
―한국경제교육학회 편,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20·21쪽 요약
과학적 방법의 첫째 단계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휘발유 소비량의 증가, 기업 생산의 위축, 수출 증가, 물가 상승 등 각종 경제현상을 관측할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단계는 문제의 원인과 영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고 모형을 설정하는 일이다. 모형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실을 간단하게 정리한 틀이다. 따라서 모형은 현실 자체가 아니다. 모형은 현실 세계의 복잡함을 단순화해서 사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지도나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바로 현실을 단순화한 모형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의 마지막 단계는 이론을 검증하는 것이다. 모형이 현실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이론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휘발유 소비량의 증가 문제를 예로 생각해 보자. 휘발유 소비량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는 사람들의 소득, 휘발유 가격, 경유 가격, 대중교통수단의 요금, 인구 수, 자동차 대수, 자동차의 성능, 날씨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실제로 휘발유 가격이 하락했다면 이 가운데 “휘발유 가격의 하락이 소비량의 증가를 초래했다”는 이론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철저한 검증 단계를 거치고 보편적으로 성립하는 이론을 얻었다면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법칙 또는 원리라고 부른다. 휘발유 가격 하락에 적용된 이론은 ‘수요의 법칙’이다.
【이해】
과학적 방법으로 올바른 추론을 하려면 다음의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로, 모형을 해석할 때 관심을 갖고 있는 변수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소득, 경유 가격, 대중교통수단의 요금, 자동차의 성능, 날씨와 같은 여러 변수도 함께 변한다면 휘발유 가격과 소비량 사이의 관계가 어떤지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다른 요인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뒤, 휘발유 가격과 소비량 사이의 관계만 따져 보면 우리는 이 두 변수가 역(逆)의 관계임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불변 가정이 없다면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분석이 복잡해지고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배우는 경제 이론들도 이처럼 다른 변수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다.
이 가정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 하나를 보자.
얼마 전에 휘발유 가격이 올랐음에도 소비량 역시 증가했다는 통계를 본 뒤 이를 근거로 “수요의 법칙은 틀렸다”고 주장한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분석이었다. 휘발유 가격이 상승했는데도 소비량이 증가한 것은, 예를 들어 그해에 날씨가 매우 추웠거나 택시 요금이 인상된 결과 사람들이 자가용을 많이 이용했고, 이것이 휘발유 소비량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날씨와 택시 요금이 변하지 않았다면 모형이 예측한 대로 휘발유 가격의 상승에 따라 소비량은 감소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변수들 사이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실패할 경우 종종 잘못된 추론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텔레비전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 이를 잘 보여주는 소재가 등장했다. 어느 개그우먼이 1990년대 테러 증가율 그래프와 같은 시기 휴대전화 판매량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두 변수가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통계를 통해 휴대전화가 테러 증가의 요인이라는 엉뚱한 해석을 내놨다.
여기서 테러 증가율과 휴대전화 판매량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휴대전화가 테러를 유발한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개그우먼은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일부러 명백한 오류를 범한 것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이렇게 잘못된 추론을 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인과관계의 방향에도 조심해야 한다. 자가용 판매대수가 증가한 달에 휘발유 소비량이 증가했다는 통계 자료를 놓고 “휘발유 소비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자가용 판매대수가 증가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인과관계를 추론한 것이다. 자가용 판매대수의 증가가 휘발유 소비량의 증가를 유발했다고 하는 것이 옳은 추론이다.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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