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기업은행장-中企人‘타운미팅’에서 쏟아진 말 말 말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기업은행 윤용로 행장(아래쪽 사진)은 11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평택 및 오산 지역의 중소기업 대표 45명과 만나 최근의 기업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들었다. 사진 제공 기업은행
기업은행 윤용로 행장(아래쪽 사진)은 11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평택 및 오산 지역의 중소기업 대표 45명과 만나 최근의 기업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들었다. 사진 제공 기업은행
中企人 “자금 유동성 지원 가장 급해” 호소

尹행장 “지점장 보고만으로도 대출” 약속

11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 평택 및 오산 지역의 중소기업 대표 45명이 모였다. 기업은행 윤용로 행장이 매달 두 차례씩 전국 도시를 돌며 거래 중소기업인과 만나는 ‘타운 미팅’ 자리. 이날 모인 중소기업인들의 표정에는 비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모인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자동차, 철강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로 최근 수출 침체에 따라 경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체 대표들은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에 대한 긴급한 호소를 많이 했다.

“최근 정부가 앞장서서 중소기업 지원을 독려하고 있고 은행들도 이에 호응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실제 지점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행장은 이날 ‘골드 트랙’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골드 트랙이란 기업은행 거래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종전 한 달 이상 걸리던 대출 승인 과정을 생략하고 지점장이 보고만 하면 지역본부장 선에서 대출 승인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 정보에 목말라하는 중소기업들

이날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꺼낸 주제는 역시 유동성 지원.

하지만 이뿐 아니라 경기전망, 중소기업의 발전모델, 브랜드 디자인 등 정보 부족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았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시계(視界) 제로인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참고할 나침반이 없다는 것.

발광다이오드(LED)램프를 만들어 납품하는 P사의 안모 사장은 “원자재를 미국 일본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70%가 넘는데 환율 급등으로 타격이 크다”며 각종 경영 전망에 대한 컨설팅을 요청했다.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김모 사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는 소식이 많아 중소기업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달라”고 말했다. 한 냉장고 납품업체 사장은 “앞으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데 중소기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전망 자료를 공급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 기업인은 “대기업들이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 공장도 모두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에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특화된 금융상품을 개발해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 은행 내부 평가 시스템 바꾸어 중기 지원

윤 행장은 지점장에 대한 경영평가 방식을 바꿔 중기 지원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11, 12월 중기 대출 실적을 내년 실적으로 이월해 지점장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

대부분의 지점장이 이미 올해 대출목표 실적을 이미 채워 새로 대출을 해봐야 리스크만 커지고 내년 목표치 상향 압력으로만 작용하지 이에 따른 보상은 없는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또한 기업 워크아웃과 관련해 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 다른 채권은행들을 설득해 함께 참여하는 ‘체인지 업’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첫 대상으로 10월 말일로 부도가 난 중소 건설업체 동우ENC를 선정해 다른 채권은행 2곳을 설득해서 동우ENC가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윤 행장은 “2003년 이후 은행들의 쏠림 현상이 심해 시장이 좋을 때 가계 대출, 중기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다가 시장이 안 좋아지면 급하게 빼곤 했다”며 “신용보증기금 보증 비율을 95%까지 늘려줬기 때문에 앞으로 시중 은행들도 중기 대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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