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대책 5개월새 7번… 효과는?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급냉각 시장에 한 박자 늦은 처방… 수요 못살려

《“재건축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주택을 사려는 사람도 없습니다. 부동산대책 발표 전 상황 그대로예요.”(서울 용산구 중개업자) “정부가 미분양 주택과 토지를 사준다고 해서 봤더니 조건이 너무 까다롭더군요. 자금난은 여전합니다.”(건설사 임원)》

세금-대출 카드까지 동원했지만 반응 싸늘

일부 핵심대책은 법개정 늦어져 효과 반감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에도 자금난 더 심해”

6월 11일 이후 7차례에 걸쳐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주택 소비자와 건설사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당초 밝힌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이 상당 부분 정책화된 셈이지만 극도로 침체된 시장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후의 카드까지 요구하며 꿈쩍도 않는다.

○수요 대책에 무덤덤한 주택 수요

정부는 그동안 세 부담 축소나 대출규제 완화 같은 수요 대책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

하지만 정책이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8·21대책 때부터 정부는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요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을 단축하고, 1가구 2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는 지방 주택 범위를 확대한 것이 시발점. 이 정책과 관련해 중개업자들은 “비싼 값에 분양된 주택이 전매제한에서 풀리거나 양도세 부담이 줄어도 자금력이 없는 수요자가 매수에 나서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9월 1일 세제개편 때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확대했고,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도 올렸다. 이달 3일에는 ‘판도라의 상자’로까지 불려온 투기지역을 풀어 대출 한도를 늘렸다.

평상시라면 시장이 출렁거렸을 법한 급진적 대책이지만 시장은 불확실성에 주목했다. 예컨대 종부세에 적용하는 과표적용률은 원래대로라면 올해 90%로 높아지지만 세제개편안에선 80%로 동결키로 했다. 이런 종부세법 개정안이 여태껏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올해 종부세 고지서는 90%를 기준으로 발송될 가능성이 높다.

또 양도세율을 2%포인트 내리는 소득세법 개정이 지연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세율을 내려주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매기는 보유세와 파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거래세 체계가 유동적이어서 주택시장의 혼란이 커진 것이다.

○‘건설사 살리기’도 역부족

건설사 지원 대책은 △공급을 확대하고 △현금 보유량을 늘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건축 용적률을 늘리거나 내년부터 매년 50만 채를 공급하는 방안은 건설사의 수익기반을 늘려주는 대책이다.

정부는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했지만 당장 수십억∼수백억 원의 어음을 막는 데 급급한 건설사엔 ‘한가한 대책’일 뿐이었다.

이어 나온 유동성 지원책은 약간 효과가 있었다. 대한주택보증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주고 한국토지공사가 건설사 보유 토지를 사들이는 데 ‘위기의 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 하지만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 대책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점점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최근 대형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9월 말까지만 해도 관례처럼 만기 때 연장을 해주곤 했지만 최근 금융회사의 자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걸 우려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자금위기설에 시달리는 중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인 올여름쯤 이런 대책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때늦은 감이 있다”며 한숨지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사업승인 난 공공공사 즉시 자금지원해야”

■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대부분 내놓았다고 평가한다. 현재로서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거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재건축 이익 환수율을 하향 조정하는 것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런 정책도 곧바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할 때는 지금처럼 건설사들이 연쇄 도산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긴급 지원하되 현재 실시하는 투자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미 사업 승인이 난 공공 공사는 건설사에 곧바로 자금을 지원해 공사를 시작하도록 하고, 지방 건설사를 대상으로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토목공사를 발주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현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야 결국 부동산 시장도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