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까지만 해도 임씨는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회사 근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자 '왠지 불안해진' 임씨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구내식당을 찾고 있는 것.
임씨는 평소 매달 점심 값으로 약 20만~30만원 지출을 했으나 구내식당만 이용한 뒤부터는 점심 값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
복리후생이 비교적 잘 돼 있는 임씨 회사는 구내식당 음식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 때문.
최근 임씨처럼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 들고 출근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기업이나 자영업자처럼 아직은 경기 불황을 직접 실감하지는 못하는 게 사실. 하지만 GM 파산설 등 연일 터져 나오는 비관적인 뉴스에 위축돼 '출근길 스타벅스 한 잔' 끊기에 이어 점심 값 아끼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의 상당 수 직원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대신 회의실 등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이 회사 이은비(28·서울 강서구)씨는 "그러지 않아도 점심 값이 부담이 됐었는데, 최근 음식 값을 올리는 식당이 많아 부담이 더욱 커졌다"며 "두 달여 전부터는 도시락을 준비해 와 친한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다 보니 식비가 절약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동시간이 필요 없어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며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경기가 풀리더라도 계속 도시락을 싸 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회사 이상환(31·경기 용인시)씨는 "도시락을 먹을 때마다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식대로 나온 돈을 모아 아내와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부부애도 돈독히 하고 있다"며 '도시락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외식을 포기 하지 않는 대신 쿠폰으로 식비를 줄이려는 직장인들도 있다.
회사원 정선경(32·서울 서대문구) 씨의 지갑에는 현찰보다 쿠폰이 많다.
정씨는 카드 청구서, 전단지 등에 딸려 오는 쿠폰을 버리지 않고 모두 보관했다가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외식을 즐긴다.
그는 "계산을 할 때 지갑에서 주섬주섬 쿠폰을 챙기는 모습이 조금 궁상맞게도 느껴지지만 한 푼이라도 싸게 먹는 게 현명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점심 값 아끼기는 일부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총 급식인원이 2000명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타워 구내식당의 경우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점심 식사 인원은 1250명이었으나 올해 9월에는 1390으로 약 10% 증가했다.
급식업체 아워홈 메리츠타워점 이은애 점장은 "앞으로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하고 급식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