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아르 뤼미에르’라는 이름의 이 거울 앞에서 고객은 화장을 한 자신의 모습이 계절과 시간, 장소 등에 따라 어떻게 보일지 비춰볼 수 있습니다. 마치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타임머신 여행과 비슷합니다.
어떤 마법이 숨어 있는 걸까요. 바로 거울 안에 설치된 조명상자의 힘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춰 조도(照度)를 달리 할 수 있고, 낮과 밤의 자연광을 인공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이 상자 안에 숨어 있습니다.
이 매장에는 ‘마법의 책’도 있습니다. 샤넬의 각종 화장품 정보를 담은 이 책은 고객의 손 움직임을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페이지를 넘깁니다. 어릴 적 즐겨 본 만화의 한 장면 같지 않나요?
김해련 인터패션플래닝 대표는 “경기가 위축될수록 검증된 브랜드를 선호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소비자에게는 안정감과 따뜻한 감동, 즐거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제품뿐 아니라 쇼핑 과정에서 즐거움까지 얻는다면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있다는 얘기죠.
명품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선별해 구성한 편집매장도 최근에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비싼 옷만 쌓아둔 지루한 매장 대신에 옷으로 ‘놀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편집매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값비싼 옷들이 진열돼 있지만 커피나 샌드위치도 팔고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예술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는 이런 편집매장들은 명품을 사고파는 차원을 넘어 실험적이고 뜨거운 문화가 생산되는 활력 넘치는 장소를 표방합니다. 이곳에서는 옷을 사지 않아도 옷을 보는 것이 놀이입니다.
요즘은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처럼 큰마음 먹고 나선 쇼핑에서 소비자들은 옷뿐 아니라 즐거움까지 한 벌 살 수 있는 매장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을까요.
유통업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만 원망할 것이 아니라 유통의 본질인 ‘서비스 경쟁력’에서 얼마나 차별화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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