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R산업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10분


윈포넷 48% - 씨앤비텍 21% 매출 늘어

한국中企, 세계 10억달러 시장 40% 차지

‘기술력 + 한우물’ 글로벌위기에도 탄탄

《보안장비인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분야의 국내 중소기업들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불안에 이은 경기침체로 많은 업종의 기업이 고전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눈길을 끈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아이디스, 윈포넷, 씨앤비텍 등 국내 주요 DVR 업체는 3분기(7∼9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1%, 48.2%, 21.3%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각각 10.7%, 36.1%, 21.1% 증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로 피해를 본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업종 전반적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수출 위주인 이 분야 업체들이 원화가치 약세(원화환율 상승)의 덕을 보기도 했지만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보안산업의 특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DVR는 과거 자기(磁氣) 테이프에 녹화하던 폐쇄회로(CCTV) 카메라 화면을 디지털 영상으로 저장하는 보안장비를 말한다.

세계 시장 규모가 약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인 이 제품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1997년 아이디스, 성진씨앤씨 등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에 이 제품을 처음 등장시켰기 때문.

국내 중소업체들은 이후로도 10여 년간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약 4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불황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중장기적으로 중국 대만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다른 중소 제조업종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DVR 분야 중소기업들을 통해 본 중소기업의 성공 전략으로 우선 ‘높은 시장진입 장벽’을 꼽는다.

보안장비인 DVR는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높은 안정성이 필요하다. 까다로운 공급처는 납품을 위한 성능평가 등에 3년이 소요될 정도다. 이에 따라 한 번 정해진 거래처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이디스, 윈포넷 등 주요 업체는 미국 하니웰, 호주 페이콤 등의 글로벌 보안업체에 10년 가까이 꾸준히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남태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다른 중소기업 업종과 비교해 매출이 상당히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중소업체들이 형성해온 ‘코리아 프리미엄’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150여 개 중소 DVR 업체 가운데 새로 수출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이 거래처를 확보해 자리를 잡는 데에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특히 20∼30개 업체는 미국 ‘ISC’, 영국 ‘IFSEC’, 독일 ‘시큐리티 에센’ 등 보안분야 전문 전시회에 10년 가까이 꾸준히 참가해 한국 업체들의 브랜드 파워를 꾸준히 높였다.

권오언 윈포넷 사장은 “DVR는 휴대전화, TV처럼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한국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라며 “국가 브랜드가 시장 진입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사와 시장 규모에 맞는 브랜드 전략도 성공의 요인이다.

DVR 업체 가운데 자기 브랜드를 가진 곳은 30%에 불과하다. 업체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갖지 않고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에 주력한 것이 오히려 성공의 비결이 됐다고 본다.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은 “브랜드를 포기하는 대신 기업 간 거래 시장(B2B)에서의 신뢰성을 높인 전략이 주력했다”고 말했다. 김영주 한양증권 연구원은 “자체 브랜드를 갖지 않고도 기술력만을 인정받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분석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