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금융 - 출판분야 ‘男 못지 않은’ 경영 성과
김성주 한경희 박지영 세계가 주목하는 리더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재계에도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섬세함과 꼼꼼함을 무기로 특유의 리더십을 펼치면서 남성 최고경영자(CEO) 못지않은 경영 성과를 거두는 여성 CEO가 늘어났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새로운 경영 분야를 개척했거나 주부 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해 대박을 터뜨린 여성 CEO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또 회사에서 ‘유리 천장’을 뚫고 승진을 거듭해 CEO 자리에 올랐거나 오너의 부인에서 총수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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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남성 CEO가 여성 CEO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여성 CEO는 지금의 ‘알파 걸’들이 앞으로 재계에서 더욱 중요한 자리와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길을 닦고 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고 김수근 대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다. 아버지의 품에서 일찌감치 독립해 미국 블루밍백화점 등에서 밑바닥부터 일을 배운 뒤 1990년 성주인터내셔널(현 성주그룹)을 세웠다. 독일 명품 패션브랜드인 ‘MCM’의 본사를 인수해 세계 30개국에 170개 매장을 두는 등 성주그룹을 연매출 1700억 원의 글로벌 패션회사로 키웠다. 김 회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증권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CEO다. 남편인 고 양회문 회장이 2001년 세상을 뜬 뒤 2004년 경영자로 본격 변신했다. 28년간 주부로 있다가 뒤늦게 경영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영국 증권거래소에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시키는 등 의욕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회장 취임 직후 전국 100여 개 영업점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감성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패션보다는 복식(服飾)이라는 단어가 익숙했던 1975년 ‘안윤정 부띠끄’를 낸 1세대 의상디자이너. 의상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자녀들과 가족이 대(代)를 이어 운영하는 패션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다. 여성기업 1700여 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여성경제인협회의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더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딴 뒤 귀국해 교육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사무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집 안 청소를 하다가 ‘걸레질 좀 편하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라 1999년 창업했다. 3년간 제품 개발에 매달린 끝에 대걸레질 하듯 서서 청소할 수 있는 도구인 스팀청소기를 내놓았다. 자본금 3억 원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틈새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최고의 여성 5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김순진 놀부NBG 회장은 1987년 보쌈가게로 출발해 ‘놀부 부대찌개와 철판구이’ ‘놀부 항아리 갈비’ 등 외식 가맹점 브랜드 8개를 만든 ‘억척 여성’이다. 창업 초기부터 한식의 표준화에 힘쓴 결과 전국에 640여 개의 가맹점을 모집해 연간 1000억여 원(본사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가맹점 매출은 모두 6500억여 원에 이른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중퇴했지만 검정고시를 거쳐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한식을 세계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희자 루펜리 사장은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손쉽게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2003년 루펜리를 창업한 뒤 음식물 처리기인 ‘루펜’을 내놓아 음식물 처리기 시장을 창출했다. ‘2008 제네바 국제발명전’에서 세계 최고 여성 발명가 상을 받았고, 디자인에도 열정을 쏟아 루펜이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레드닷어워드 콘셉트 부문 상을 수상했다.
이향림 볼보자동차코리아 사장은 수입자동차업계에서 최초인 동시에 유일한 여성 CEO다. BP코리아와 크라이슬러코리아 등을 거쳐 2004년부터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7년 만에 과장에서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사장은 대한항공을 거쳐 페덱스코리아로 전직(轉職)했고 2006년 페덱스에서 아시아 국적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현지법인 사장에 발탁됐다. 한 번 인사를 나눈 직원의 얼굴과 이름은 반드시 기억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명하는 감성 리더십을 펼친다.
박은주 김영사 사장은 출판업계에서 ‘밀리언셀러 제조기’로 통한다. 김영사 편집부장 시절인 1989년 창업주로부터 경영을 넘겨받아 32세에 사장이 됐다. 이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김영사를 출판업계 간판기업으로 키웠다. ‘이만하면 됐다’라는 적당주의를 싫어한다.
모진 바슈롬코리아 사장은 신라호텔, P&G, 한국MSD를 거쳐 2006년 바슈롬코리아에 사장으로 부임했다. 회사 매출을 매년 20∼30% 증가시켜 지난해에는 본사로부터 최고경영자상을 받았다. ‘여성스러운 외모’지만 과감한 추진력으로 ‘여장부’라는 평가도 듣는다.
김영선 이지함 사장은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뒤 존슨앤드존슨 등에서 피부과 의사 등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가 의약분업으로 병원에서 약을 팔 수 없게 됐다는 점에 착안해 2000년 피부과 의사들과 함께 창업했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병원 한 귀퉁이에 사무실을 얻어 시작한 이 회사는 여드름 환자 등을 위해 의약품 개념을 도입한 화장품을 개발했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는 대한항공 승무원을 거쳐 1992년 유니코서치에 입사해 국내 여성 1호 헤드헌터로 활약했다. 2003년 유앤파트너즈를 설립해 헤드헌팅뿐 아니라 인력개발 서비스와 커리어 컨설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김혜정 듀오정보 사장은 대우그룹 대졸 여성사원 공채 1기 출신으로 1989년 미국에 건너가 대우 미국법인에서 회계업무를 맡았다. 이후 미국에서 MBA 학위를 받은 뒤 2001년 듀오정보 최대주주에게 스카우트됐다. 결혼정보, 웨딩플래너 교육, 웨딩 사업 등을 한다.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고려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남편이자 대학 동기인 이영일 부사장 등과 옥탑 방에서 창업했다. 1999년 게임업계 최초로 휴대전화용 게임을 개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영국 모바일 월간지 ‘엠이(ME)’는 그를 ‘2007년 세계 톱50 경영인’으로 선정했다.
최연매 김정문알로에 사장은 1991년 입사해 2005년 김정문 회장이 세상을 뜬 뒤 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알로에 관련 건강식품 사업뿐 아니라 알로에 체험농장인 ‘알로에랜드’ 운영도 맡고 있다.
박경실 파고다교육그룹 사장은 1969년 남편이 설립한 파고다어학원을 1994년부터 맡아 연간 60만여 명(연인원)의 수강생을 배출하는 교육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학원’을 만드는 게 목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